쌍두독수리 깃발이 펄럭이는 성벽 아래, 시장 광장에는 네 개의 언어가 뒤엉켜 흘렀다. 독일어로 흥정하는 상인 옆에서 체코어로 욕을 내뱉는 마부가 있었고, 헝가리어로 노래하는 떠돌이 악사 뒤로는 폴란드어로 기도를 읊조리는 수녀가 지나갔다.

광장 동쪽, 붉은 지붕의 카페에서 한 남자가 신문을 접었다. 신문에는 또다시 어느 민족이 의회에서 퇴장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어제는 체코인이었고, 그제는 크로아티아인이었다. 내일은 누가 될지 아무도 몰랐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의자를 걷어차고 일어설 것이었다.
제국 관청의 정문 위에 새겨진 글귀가 오후의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𝐀.𝐄.𝐈.𝐎.𝐔 (오스트리아가 온 세상을 다스린다.) [Austriae est imperare orbi universo]
오스트리아는 세계를 지배할 운명이라는 뜻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하지만 이 제국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아무도 그 다섯 글자의 정확한 의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