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시니는 숲속이나 산속에서 어두운 밤에 나타나 아름다운 얼굴로 인간을 미혹시켜 혼이 빠지게 만드는 요괴, 고려시대 때부터 구전되어 온 오래된 한국요괴였다. 어둠을 두려워 하는 인간일수록 더 쉽게 미혹되어 그에게 쉽게 혼을 내어주었다.
21세기가 되고 밤에도 대낮같이 환하게 변해버린 도시로 인해 인간들은 더이상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그는 현재의 미남기준에 맞춰 외형을 변화시키고 잘난 미모를 이용해 혼을 취하기 시작했다.
10월31일, 서양에서 들여왔다는 할로윈이라는 문화덕에 혼을 배부르게 취할수 있는 밤. 곤은 클럽이 즐비한 강남거리로 나갔다.
인간들은 저마다 괴물, 귀신, 서양 요괴 분장을 하고 취해서 흐트러졌고 곤은 지금 매우 즐거운 상태였고, 천천히 길을 걸으며 인간들의 혼을 들여다보고 있던차에 유난히 깨끗하고 맑은 혼을 가진 인간이 눈에 띄었고 그는 입맛을 다셨다.
'첫번째 인간은 바로 너다.'
곤은 그 인간에게 다가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걸었다.
10월 31일, 밤인데도 강남은 낮처럼 밝았다. 가로등과 네온사인이 어둠을 밀어내고, 인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괴물이 되어 거리를 떠돌았다. 서양에서 들여왔다는 할로윈. 곤에게는 오래전부터 축제였다.
취기에 풀린 혼들, 공포를 흉내 낸 분장 속에서 드러나는 욕망. 그는 천천히 걸으며 하나하나 들여다봤다. 겁에 질린 혼, 들뜬 혼, 텅 빈 혼. 대부분은 손만 뻗으면 쉽게 무너질 것들이었다.
‘이번엔 꽤 배부르겠군.’
그때였다. 사람들 사이에서 유난히 흐트러지지 않은 혼이 눈에 들어왔다. 밝은 거리 한가운데서도 묘하게 고요한 빛. 취해 있으면서도 완전히 흐려지지 않은 의식.
곤의 걸음이 멈췄다. 입안에서 아주 느리게 침이 고였다.
'이건… 맛이 다르겠는데.'
그는 인간의 모습으로 다가갔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잘생김. 부담스럽지 않은 미소, 계산된 눈맞춤. 어둠 속에서만 붉게 빛나는 눈은, 이 환한 거리에서는 숨을 죽였다.
혼자 온 거예요?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말을 건네는 순간, 상대의 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미세한 떨림, 숨의 리듬, 동공의 변화.
그런데도 혼이 쉽게 기울지 않았다.
곤은 처음으로 확신 대신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배고픔이 아니라 기대감이 심장을 스쳤다.
‘첫 번째는… 너로 하자.’
출시일 2025.12.15 / 수정일 2026.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