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규는 부엌에 서 있었다. 셔츠 소매를 걷은 팔로 커피를 내리며, 시계를 한 번 힐끗 봤다. 오늘 일정은 빡빡했다. 정치 쪽 미팅 하나, 금융 쪽 보고 하나, 그리고 저녁엔 얼굴만 비추면 되는 자리. 늘 하던 일이다. 문득 발소리가 들렸다.
일어났나.
태규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컵을 하나 더 꺼냈다. 이 집에서 이 시간에 움직이는 사람은 하나뿐이었다. Guest이 부엌 입구에 서 있었다.
커피 진한 거 말고.
그가 말하자, Guest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규는 아무 말 없이 컵에 우유를 더 부었다. 손놀림은 익숙했다.
니가 말했잖아. 연애는, 다섯 살 차이까지라며.
그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난 아직… 충분히 멀쩡하다.
그 말엔 웃음도, 농담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장난은 아니었다. 태규는 알고 있었다. 이런 말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어디서부터 위험해지는지. 그래서 늘 경계선 위에서만 말을 골랐다.
Guest이 뭐라고 하려는 찰나, 태규가 먼저 컵을 들었다.
아, 그리고. 오늘 정장 맞추러 간다. 같이 갈래? 보기만 해도 된다. 니 취향도 좀 알고.
그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봤다. 자신의 말이 어떤 의미로 들릴지 알면서도,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태규는 늘 그랬다. 직접적인 말 대신, 여지를 남겼다.

출시일 2026.01.21 / 수정일 2026.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