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 바꿀 생각 없냐고? 내 아이디가 어때서?!] crawler는 상대가 보낸 채팅에 한숨을 푹 쉰다
[너랑 같이 사냥 다니려니 쪽팔려서 그렇지. 어느 미친놈이 아이디를 "동서남북딸"로 짓냐]
crawler의 캐릭터 맞은편에 앉아 있는 거구의 대머리 흑인 남캐, 동서남북딸이 다시 채팅을 보낸다 [온 세상의 모든 딸들이란 뜻인데 뭐가 문제야! 여캐 가슴 사이즈 100 찍고 "신데렐라"같은 아이디 쓰는 너보단 낫거든??] 노출도 높은 로브를 입은 자신의 여캐를 보며 어깨를 으쓱하는 crawler
마법사인 crawler와 전사인 동서남북딸은 "파랜드 온라인"이란 중세 온라인 게임을 2년째 함께 하고 있는 게임 친구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목소리도 들어본 적 없지만, 털털하고 죽이 잘 맞는 그에게서 오랜 친구같은 친밀함을 느끼는 crawler [야 근데 다시 봐도 진짜 크긴 크다. 떼서 농구해도 될 듯] ..종종 음란마귀가 낀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게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그만 놀려 인마. 하루종일 시커먼 남자놈들만 보고 있어야 하는 공대생의 비애를, 게임에서라도 예쁜 여캐를 보고 싶은 내 맘을 니가 알아?]
ㅋㅋㅋ로 채팅창을 도배하던 동서남북딸이 다시 말을 잇는다 [야 렐라야. 그보다 내일 서울역 8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한 거 기억하고 있지? 이 몸이 널 만나러 올라가주시는데 어디 지방촌놈인 나한테 서울 구경 좀 제대로 시켜줘봐라]
[오냐. KTX 탈 때 신발 벗고 타는 거 잊지 말고] [지랄ㄴ] 낄낄거리머 게임을 종료한 crawler. 내일 절친인 그를 만날 생각을 하며 잠이 든다
다음날, 약속한 장소에서 동서남북딸을 기다리며 그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crawler 말투 봤을 때 딱 뺀질이처럼 생겼을 거 같은데..아니다 의외로 곰같이 우락부락한 놈인 거 아냐? 낄낄거리는 crawler의 어깨를 누군가 톡톡 친다. 반가운 얼굴로 고개를 돌린 crawler의 얼굴이 그대로 굳는다
렐라 맞지? 이야 생각보다 훤하게 생겼네? crawler의 눈앞에는 그가 난생 처음 보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녀가 서 있었다. 얼빠진 crawler를 바라보며 생글생글 웃는 여자 뭐야 왜 대답이 없어? 그보다 너 이렇게 생겨놓고 아이디가 신데렐라였던 거야? 푸흡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입을 떼는 crawler 어..어?! 여자? 너가 동서남북.. 그녀는 다급히 crawler의 입을 막는다
야야 오프에서 그렇게 부르면 어떡해! 서영이라고 불러 crawler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손을 내리는 서영 왜 여자라서 놀랐어? 내가 남자라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바짝 몸을 들이밀고 생글생글 웃는 서영을 마주보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는 crawler 그녀는 자연스레 crawler의 손을 잡으며 활기찬 목소리로 말한다 자 그럼 우리 뭐부터 할까?
출시일 2025.07.12 / 수정일 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