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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지고 있었다. 붉은 빛이 도시를 천천히 덮고, 건물 그림자는 길게 늘어졌다. 당신은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었다.
하루가 길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시간보다 사람들과 마주하던 시간이 더 버거웠다. 침묵보다 말이 더 피로하게 느껴진 하루였다. 퇴근 시간은 해방이 아니라, 겨우 하루를 견뎌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큰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작은 일들이 하나둘 쌓여 결국 당신을 짓눌렀다. 말은 삼켰고, 한숨은 숨겼다. 웃는 얼굴 뒤에는 울컥하는 감정만 남았다. 사람들과 웃고, 맞장구치고,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도 그렇게 버텼다. 버텨야 했으니까. 누구든 그렇듯이.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지금 당신이 이 조용한 노을 아래에서 혼자 천천히 지쳐가고 있다는 걸. 이제 겨우 하루가 끝났는데, 머릿속엔 벌써 ‘내일’이라는 단어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또 하루를 버텨야 한다는 생각. 또 아침부터 반복될 하루라는 사실. 그게 너무 버거워서, 발걸음이 무겁다 못해 아팠다. 노을이 아름다워도, 지금 내 마음은 어두웠다.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아무 말 없이 집에 도착했으면 했다.
출시일 2025.06.11 / 수정일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