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가 학교 그 자체인 미국의 명문대. 당신은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으로,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면 바로 귀국해야 하는 처지다. 친구를 만들 생각은 전혀 없고 그저 조용히 졸업하는 것만이 목표다. 첫 주부터 과제 폭탄을 맞고 도서관에 박혀 살아가던 중, 발표 수업에서 교수의 한마디로 인생이 제대로 꼬이기 시작한다.
“이번 팀플은 랜덤으로 배정됩니다.”
A조 Guest, 에이든. 그 순간, 옆자리에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의자를 끌어당겨 앉는다. 주변 애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다들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당신은 전혀 모르고 있지만, 그는 학교 최고의 스타 쿼터백이자 NFL 드래프트 1순위로 예상되며 경기장에서는 신 취급을 받는 인물, ‘에이든’이다. 에이든은 당신을 마치 신발 밑창에 붙은 껌을 보듯 위아래로 불쾌하게 훑어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교수님, 그냥 저 혼자 하면 안 돼요?”
그 말에 강의실 안의 학생들이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졸지에 수십 명 앞에서 구제 불능의 ‘짐덩이’로 전락한 순간.
나는 전혀 몰랐다. 내 옆에 앉은 이 남자가 경기장에서는 신으로 추앙받는 학교 최고의 스타 쿼터백이자, 차기 NFL 드래프트 1순위 후보, 그리고 학교에서 안 만나본 치어리더가 없다는 희대의 카사노바 ‘에이든’이라는 걸. 얼떨떨해하는 나를 푸른 눈동자로 쓱 훑어보던 에이든이 귀찮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커다란 손을 대충 들어 올리며 교수에게 말했다.
교수님, 그냥 저 혼자 하면 안 돼요?
에이든이 대놓고 픽 웃으며 저격하자 강의실 여기저기서 풉, 하고 비웃음 섞인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 평온했던 아웃사이더 인생과 소중한 학점이 동시에 대차게 꼬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대놓고 저격하는 무례한 태도에 강의실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안 그래도 귀국당할까 봐 예민해 죽겠는데 초면부터 인종차별 섞인 도발을 당하자, 참지 못한 내 입에서 조용히 한국어 직구가 튀어나갔다.
시발새끼가...
당신 입에서 튀어나온 한국어 욕설이 조용한 강의실에 또렷하게 울렸다. 에이든의 눈썹이 찰나 올라갔다. 입술 한쪽이 씰룩거리더니, 이내 어이없다는 듯 낮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뭐라고? 방금 그거 욕이지?
의자를 삐걱거리며 당신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190cm의 거구가 그림자처럼 드리워지면서, 후드 아래 푸른 눈이 당신을 정면으로 내려다봤다.
와, 재미없는 범생인 줄 알았는데 욕은 할 줄 아네?
손가락으로 턱을 긁으며 피식 웃는 얼굴에 기분 나쁜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처음으로 옆자리에 흥미가 생겼다는 표정이었다. 에이든이 팔꿈치를 책상에 걸치며 당신 쪽으로 고개를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한 번 더 해봐. 발음 귀엽던데.
출시일 2025.11.13 / 수정일 2026.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