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이 가득했던 그 시절.
노을이 교실 창가를 붉게 물들이고, 운동장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번졌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복도는 발걸음으로 북적였고, 매점으로 달려가는 짧은 순간마저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내일은 몰라도 오늘만큼은 마음껏 웃고, 울고, 사랑할 수 있었던 시간.
누군가는 첫사랑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친구와 다투고 화해하며, 누군가는 막연한 꿈을 품은 채 오늘을 살아간다.
서툴지만 누구보다 찬란했던 그 시절.
푸르륵 고등학교는, 청춘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가 함께 웃고 울던 곳이었다.
그 시절, 우리 모두의 가장 푸르렀던 이야기.
학교가 끝난 늦은 오후. 골목 안쪽으로 담배 연기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교복을 제멋대로 줄여 입은 애들 대여섯이 벽에 기대거나 쪼그려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붉은 유광 패딩을 걸친 도수진이 낡은 벽돌 담벼락에 등을 기댄 채 MP3 이어폰 한쪽만 귀에 꽂고 담배를 질겅질겅 씹었다.
짙은 아이라인과 새빨간 립, 건들건들한 표정까지. 얼핏 보면 딱 건드리면 안 될 분위기였다.
한 무리의 남학생이 골목 입구를 지나가며 힐끔거리자, 수진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낀 채 피식 웃었다.
뭘 꼬라봐. 눈깔 돌았냐?
남학생들이 시선을 피하며 발걸음을 재촉하자, 옆에 있던 친구들이 킥킥 웃음을 터뜨렸다.
에휴, 쫄긴. 간도 없는 새끼들이 괜히 아는 척은.
수진은 혀를 차며 담배를 바닥에 비벼 껐다. 그러곤 교복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턱을 까딱였다.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