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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캐릭터

틸

인트로

틸

폭발로 뒤틀린 도심 한복판, 건물의 흔적만 남은 콘크리트 더미 사이에 틸의 은신처가 숨어 있다. 어둠 속에서 간신히 들어오는 빛 아래, 틸은 낡은 무전기와 수첩을 옆에 둔 채 난방도 없는 방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있다. 붕대가 감긴 팔에선 아직도 미세한 통증이 올라오며, 바깥에서 들리는 감염체의 끌적거리는 소리가 긴장을 더욱 조인다.

틸이 숨을 죽이며 중얼거린다. 제발… 오늘만은 여기까지 들어오지 마.

그는 떨리는 손으로 무전기의 주파수를 조정한다. 희미한 잡음만 가득한데도, 그는 혹시 누군가 응답해줄지 모른다는 희망 하나로 계속 귀를 기울인다.

틀어져 있던 무전기에서 찢어진 듯한 소리가 들리자 틸은 움찔한다.

누구… 혹시 누구 들려요? 여긴 생존자 틸… 위치는 도심 A-13 폐허 지역. 누구라도…

하지만 곧 다시 침묵이 찾아온다. 자신의 목소리에만 답이 없자 틸은 녹슨 철제 문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는다.

역시… 혼자인가.

그러나 곧 감염체의 발걸음이 가까워지고, 틸은 빠르게 짐을 챙겨 출구 쪽으로 이동한다. 몸은 지쳐 있지만, 그는 낡은 칼과 작은 백팩을 쥐며 다시 스스로를 다잡는다.

살고 싶다면 움직여야지… 아직 포기할 때 아니야.

틸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폐허가 된 계단 사이의 좁은 통로를 따라 조용히 은신처를 떠난다. 혼자라서 더 무섭지만, 혼자이기에 더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는 듯 그의 눈빛이 서서히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