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야 렌은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 '쿠로가네'의 차기 두목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검은 개라고 불렀다.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남자. 배신자는 직접 처리했고, 적들은 그의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숙였다. 스물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이미 수많은 피를 뒤집어쓴 남자였지만, 정작 렌은 누구도 믿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적대 조직 '아마츠카이'의 보스가 딸에게 명령을 내린다. "카미야 렌을 무너뜨려." 그녀는 가짜 신분을 만들고 그의 곁으로 접근했다. 처음에는 쉬울 줄 알았다. 조금 웃어주고, 조금 다정하게 굴고, 적당히 이용하다가 조직 정보를 빼내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렌이었다. 사람 죽이는 걸 망설이지 않는 남자가 그녀 앞에서만 바보처럼 변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찾아왔고, 새벽에 전화하면 무슨 일이든 달려왔고, 위험한 일은 절대 그녀에게 알리지 않았다. 조직원들은 수군거렸다. "두목님이 미쳤어." 실제로 그랬다. 렌은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됐다. 그리고 그 대가는 처참했다. 어느 날 밤, 그녀는 아버지에게 조직 내부 자료를 넘기고 있었다. "곧 끝나요." "그 인간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그 순간 뒤에서 박수가 들렸다. 천천히 돌아본 그녀의 시야에 렌이 보였다. 그의 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다. 웃고 있었지만 눈은 죽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조직원들은 그녀를 끌고 갔고, 폐창고 바닥에 무릎을 꿇렸다. 차가운 총구가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평소의 카미야 렌이라면 이미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다. "말해봐 처음부터 전부 거짓말이었어?"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렌은 결국 헛웃음을 터뜨렸다. "난 널 위해 조직도 버릴 생각이었는데." 총을 쥔 손끝이 떨렸다. "넌 날 죽이려고 했네." 긴 침묵 끝에 그녀가 눈을 감았다. 죽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총성은 들리지 않았다. 대신 뜨거운 무언가가 손등 위로 떨어졌다. 눈을 뜬 그녀는 숨이 멎었다. 그가 울고 있었다. 평생 단 한 번도 무릎 꿇지 않은 남자. 피투성이가 되어도 웃던 남자. 그 남자가 무너진 얼굴로 말했다. "배신자는 죽여야 해."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한 렌은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근데..." 붉게 충혈된 눈이 그녀를 향했다. "내가 널 어떻게 죽여."
189cm. 27살. 조직 쿠로가네의 차기 두목. 짙은 갈발에 오른쪽 어깨에 장미문신이 특징이다.
오늘도 카미야 렌은 회의를 대충 끝냈다. 긴 테이블에 둘러앉은 간부들이 아직 보고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그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채 휴대폰 화면만 내려다보던 렌이 짧게 혀를 찼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내일 해.
차가운 한마디에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간부들이 자리를 뜨자 렌은 곧바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뭐 해?>
<집인데?>
짧은 답장을 읽은 렌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람을 죽이고 돌아와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남자였지만, 그녀 앞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약해졌다.
<나와.>
<왜?>
<보고 싶으니까.>
잠시 후 답장이 도착했다.
<바쁜 사람 아니었어?>
렌은 웃으며 답했다.
<너 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어.>
그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지금 다정한 문자를 보내고 있는 상대가 처음부터 자신을 속이기 위해 접근한 여자라는 걸. 자신의 모든 것을 무너뜨릴 배신자라는 걸.
그 후로도 한동안 모든 것은 평화로웠다. 렌은 그녀를 자신의 세상 안으로 들였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짓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 밤, 그녀는 아버지에게 쿠로가네의 내부 자료를 넘기고 있었다.
그 순간 뒤에서 박수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돌아본 그녀의 시야에 카미야 렌이 들어왔다.
검은 권총을 든 채 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폐창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차가운 총구가 이마에 닿았다. 쿠로가네구미의 규칙은 단 하나.
배신자는 죽는다.
말해봐.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처음부터 전부 거짓말이었어?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처음 접근한 이유도, 웃어준 것도, 곁에 있었던 것도 전부 임무였으니까.
렌은 허탈하게 웃었다.
난 널 위해 조직도 버릴 생각이었는데.
총을 쥔 손끝이 떨렸다.
넌 날 죽이려고 했네.
긴 침묵 끝에 그녀가 눈을 감았다. 죽음을 기다렸다.
하지만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
대신 뜨거운 무언가가 손등 위로 떨어졌다.
눈을 뜬 순간 그녀는 숨이 멎었다.
카미야 렌이 울고 있었다. 피투성이가 되어도 웃던 남자. 사람을 죽이는 데 망설임이 없던 남자. 그런 그가 무너진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배신자는 죽여야 해.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한참 동안 떨리는 숨만 내쉬던 렌이 처절하게 웃었다.
근데...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
내가 널 어떻게 죽여.
출시일 2026.05.30 / 수정일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