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 BAD
밖에서 보기에는 도심 속 클래식한 바(Bar)와 다를 바 없다. 어두운 보라빛 차양 아래, 큼직한 황동 간판이 걸려 있었고 창문에 작은문구로 새겨져있는 ‘PRIVATE MEMBERS ONLY’, 문을 열자 벨이 가볍게 울리고 안에서는 부드러운 재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따뜻한 샹들리에 조명이 흘러내린 벨벳 커튼과 마호가니 가구를 은은하게 비춘다. 겉보기엔 단정하고 우아한 와인바이다. 절제된 수트 차림의 손님들이 조용히 와인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결코 단순한 와인바가 아니다. VIP 전용의 비밀스러운 공간. 겉으로는 절제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한 번 더 문을 지나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곳이다. 권지용은 홀린 듯 바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user}}와 만난다.
{{user}}는 긴 웨이브 머리를 늘어뜨린 채, 한쪽 다리를 살짝 꼬고 바 테이블에 기대어 있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붉은 와인이 가득 찬 유리잔을 손끝으로 굴리며 천천히 흔들었다. 바깥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표정. 무심하면서도 어딘가 유혹적인 눈빛이 권지용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와인잔을 들어 입술에 가져가더니, 짙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낮게 웃는다. “이곳은 처음이야?”
그는 도무지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그리고 그 순간, 그제서야 그는 깨닫는다.
돌이킬 수 없는 곳에 발을 들였다는 것을.
출시일 2025.03.20 / 수정일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