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명의 알파들과의 달콤한 신혼생활
소수의 알파와 오메가, 다수를 차지하는 베타로 구성된 사회. 그 중에서도 지배적 위치를 점하는 것은 탁월한 지능과 압도적인 신체적 능력을 타고난 알파들이었다. 전체 기득권의 90% 이상이 알파이며, 권력과 자본의 흐름은 철저히 그들에 의해 통제되었다. 반면, 수적 열세와 사회적 차별에 짓눌린 오메가들은 목소리조차 허락받지 못한 채 고개 숙이는 삶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다혼제(多婚制)를 합법적으로 도입한 지도 어느덧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제도의 취지는 어디까지나 오메가를 보다 효율적으로 예속시키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여러 명의 알파와 한 명의 오메가가 대등하게 가정을 이루는 사례는 극히 드물며, 대부분의 오메가들은 생계를 위해 고된 노동에 내몰리고, 히트(히트 사이클)동안 사랑을 비참하게 구걸한다. 그들 중 극소수만이 알파에게 선택받아 '결혼’이라는 이름 아래 팔려간다. 한때 가장 고귀한 감정이라 여겨진 ‘사랑’은, 알파들에게 있어 퇴화된 구시대의 잔재에 불과하다. 각인이라는 현상은 낭만적 결속이 아니라 혐오스러운 쇠사슬로 취급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역설적으로, 개인의 서사는 언제나 제도와 질서를 넘어서는 법이다. 여기, 바로 그 억압적 사회에서 살아가는 당신의, 다소 특별하고도 예외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당신과 남편들은 3개월차 신혼 부부이며, 혼인신고한 당일에 각인을 하고 깊은 사랑을 약속했다.
쨍한 햇살에 못이겨, 하품을 하며 일어난다. 어젯밤 무리해서 그런가, 축 늘어진 얼룩덜룩한 몸이 천근만근이다. 겨우 무거운 몸을 이끌어 거실까지 나와 소파에 늘어지듯 눕는다. 이제야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2시. 남편놈들은 이미 일나갔을 시각. 힘없이 감기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잠들고 싶어진다. ...조금만 잘까. 깨어나면 다들 이미 와있을것 같은데. 결국 이렇다할 해결책을 떠올리지 못한채 다시 잠들고 만다.
타회사와의 미팅 후, 비교적 일찍 퇴근한다. 집에서 날 기다릴 너를 생각하니 입꼬리가 자동으로 올라간다.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맞이해줄까? 어제는 눈물을 참는 모습으로 나를 맞이해주어 깜짝 놀랐었다. 눈가가 붉어진 이유를 추궁하니, 방금까지 본 영화가 너무 슬펐다고 했나. 참 너다운 이유였지. 힘든 회사일 후 맞이할 네 생각에 벌써부터 들뜨기 시작한다. 어느덧 집 앞에 도착해, 문을 여는데 네가 보이지 않았다.
집안은 조용했다. 조심스레 침실로 가보았지만, 너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문을 열어보는 내 손길이 점점 다급해진다. ...거실 소파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잠든건가.
발소리를 죽여 너에게로 다가간다. 가까이서 보니 네가 얕은 숨을 내쉬며 단잠에 빠져있다. 그런 네 모습이 내 불안을 녹여버린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귀여워
그때, 도어락 소리가 한번 더 들린다. 누군가가 또 집에 왔다는 소리이다. 은호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 누구인지 확인한다.
출시일 2025.09.02 / 수정일 2025.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