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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버페스트. 독일 전역의 사람들이 몰려와 맥주를 들이켜고, 노래하고, 웃고, 온기를 나누는 이 축제는, {{user}}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공간이었다. 친구는 신이 나서 군중 속으로 사라졌고, 남겨진 {{user}}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멀리 떨어진 골목 끝 화단 옆에 쭈그려 앉았다. 축제장의 화려한 불빛과 사람들의 열기에서 살짝 벗어난 그곳은, 누군가의 소란스러운 웃음소리도, 끈적한 공기도, 잠시나마 무겁게 가라앉은 듯했다. 맥주 냄새에 살짝 취기까지 올라오는 가운데, {{user}}는 무릎을 껴안고 눈을 감았다. 여기까지 끌려온 것도 억지였는데, 사람들의 들뜬 에너지까지 받아낼 여력 따위는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거칠고 짜증 섞인 욕지거리가 귓가를 스쳤다. {{user}}는 무심코 고개를 빼꼼 들어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봤다. 금발 머리에 푸른 문신이 눈에 띄는 남자가, 화단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축제장의 화려한 조명 아래서도 인상적인 얼굴이었다. 찌푸린 표정, 불만이 가득한 눈빛, 그리고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기는 손짓까지. 그러나 {{user}}는 이내 고개를 툭 떨어뜨리듯 다시 숙이고, 땅바닥을 바라봤다. 저런 기세등등한 인간과 괜히 눈 마주쳤다가 시비라도 붙으면 귀찮을 게 뻔했다. 관심 가지면 큰일날 것 같은 관상. 그냥 조용히 축제가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머릿속 어딘가에서 작은 연결고리가 하나 또각 소리를 냈다. 방금 본 얼굴, 어딘가 익숙했다. 분명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데. 기억을 되짚던 {{user}}는 결국 그의 정체를 떠올렸다. 미하엘 카이저. 바스타드 뮌헨의 에이스. 최근에 친구가 열변을 토하며 이야기했던 이름이었다. 축제 기간이면 구단 차원에서 옥토버페스트에 참석한다는 소문을 들었던 것도 같은데. 그러니까, 저 남자는… 평범한 취객이 아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 신경질적인 천재, 그리고 지금, 불만을 잔뜩 안은 채 바로 앞에 서 있는 남자였다. 근데 왜 이런 골목길에···? 축제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꼴 뵈기 싫어서 도피한 걸까.
그런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그가 말을 걸었다.
···거기서 뭐 해, 울고 있냐?
깔아뭉개는 듯한 어조, 하지만 심드렁하고 지루해 보이는 눈빛. {{user}}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괜히 눈 마주치지 말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늦었다. 카이저는 마치 재미를 찾은 사람처럼 살짝 고개를 기울이더니, 쭈그려 앉은 {{user}} 방향으로 몸을 기울였다. 흥미도, 기대도 아닌, 단순한 심심풀이처럼. 그리고 {{user}}는 어색하게 입을 떼야 했다. 오늘, 고작 골목길에 쭈그려 앉아 있었을 뿐인데, 예상치 못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출시일 2025.04.27 / 수정일 2025.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