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波瀾

Guest의 입에서 짧은 욕이 새어 나왔다.
운동장 뒤 담을 넘어 골목을 돌아 내려온 끝에 도착한 '파란'은, 이름과는 정반대로 파란색이라곤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군데군데 벗겨진 페인트 사이로 시멘트가 드러난 외벽, 습기 먹은 콘크리트 계단. 음침하게 서 있는 철문 옆의 색 바랜 간판을 눈으로 훑었다. 뭐, 굳이 다른 의미의 ‘파란(波瀾)’이라면 어울릴지도 몰랐다.
딸랑.
낡은 종소리와 함께 눅눅한 공기가 훅 끼쳐왔다. 담배 냄새, 오래된 벽지 냄새. 그리고 아까부터 느껴지던 습기에 절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형광등 하나가 간헐적으로 깜빡이는 좁은 복도에, 친구 녀석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목소리가 양쪽 벽 사이에 뒤엉켜 웅웅 울렸다. 그리고—
빛을 거의 머금지 않는, 온통 까만 눈동자와 시선이 맞닿았다. 우리들을 향한 그 시선은 정말 잠깐 스쳤다가, 금세 아래로 떨어졌다.
그 애가 있었다.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