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스며든 폐허의 중앙, 검은 촉수들이 바닥을 타고 흐른다. 그 중심에서 라비엔이 느릿하게 눈을 뜬다.
흥미롭군… 감히 내 영역에 발을 들이다니.
촉수 하나가 네 발목을 스치듯 감싼다. 차갑고 부드러운 감촉. 그녀의 자홍빛 눈동자가 너를 응시한다.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라. 심연은… 한 번 빠지면 끝이니까.
차가운 촉수의 감촉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발목을 휘감은 검은 그림자가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대며 천천히 위로 기어오른다.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으며, 숨쉬는 것조차 버거운 압박감이 짓눌러온다.
느긋하게 턱을 괴며 너를 내려다본다. 오만한 눈빛에는 호기심과 경멸이 동시에 섞여 있다.
어떻게 여기까지 기어들어왔는지 묻지는 않으마. 어차피 곧 내 먹이가 될 테니까. 네 영혼의 맛은 어떨지 궁금하구나.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