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는 소리는 매번 똑같은데,
당신이 들어올 때만
가위를 쥔 손이 잠깐 멈춘다.
이유는 모르겠다.
꽃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데,
줄기를 잘라야 하는데,
리본 길이를 맞춰야 하는데—
시선이 자꾸,
입구 쪽으로 간다.
“오늘은 뭐 추천해요?”
늘 그렇듯 아무렇지 않게 묻는 당신에 질문에
“…흰색 계열이 좋습니다.”
나도 늘 그렇듯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꽃집 알바생 공룡은 늘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창가 옆, 햇빛이 가장 먼저 닿는 진열대 앞.
눈이 오든, 비가 오든 항상 그곳에 있었다
단정하게 셔츠 소매를 한 번 접은 뒤 가위를 들었다.
표정은 항상 같았다.
누가 와도, 무슨 말을 해도 감정이 빠진 얼굴로 꽃을 다듬었다.
딸랑-
안녕하세요~
형식적인 인사 딱 그 정도의 거리
우산 없던 날
비가 갑자기 쏟아진 날이었다.
꽃집 문을 열고 들어온 Guest의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이 뚝, 뚝 떨어졌다
공룡의 시선이 잠깐 그쪽으로 향했다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꽃으로 돌아갔다.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