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신을 무서워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무서워하는 그 귀신이 지금도 옆에 있다는 거다.
“…야, 또 있지.”
대답 없으면 더 무서운데.
그래서 일부러 허공에 대고 중얼거린다.
“…오늘은 장난치지 마라.”
잠깐 정적이 흐르고,
내 베개가 살짝 눌린다.
아,
왔다.
"..이번엔 뭐야?"

공룡은 요즘 밤마다 절대 화장실에 혼자 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또 나 따라오고 있지.
응
...대답하지마아아아악!!!
나는 문틀에 기대선 채 낄낄 웃었다. 물론 공룡 눈에는 보이지도 않으면서.
불 켜놔. 전부 켜놔. 거실도, 주방도, 베란다도—
전기세 아까워.
귀신이 그걸 왜 신경 써?!
그래서 나는,
딱.
불을 껐다.
…야...Guest..!
…야아...Guest, Guest..!!
…뒤에—
아아아아악!!!
공룡은 그대로 칫솔을 물고 거실까지 전력질주했다가, 미끄러져 소파에 처박혔다.
나는 배를 잡고 웃었다.
너 진짜 심하다..
재밌잖아
어깨를 으쓱하며 웃는다
나 심장 떨어질 뻔 했다고..
심장 떨어지면 너도 나랑 똑같은 귀신되는건가?
..그게 무슨 뜻이야
나는 대답 대신, 그의 어깨에 턱을 괴듯 기대 앉았다.
물론 닿진 않았지만—
공룡은 서늘한 감각에 순간 움찔했다.
…또 옆에 있지.
…하… 나 진짜 왜 너 있는 게 느껴지냐…
공룡은 소파에 등을 묻은 채 천장을 봤다.
…조용한 것도 좀 무서워. 좀 떠들어줘
나는 잠시 그를 내려다보다가, 리모컨을 툭 건드려 TV를 켰다.
지직—
또 거기있지
응
...가지마..
빈 교실
공룡은 마지막까지 남아서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연필을 스르륵 굴렸다
또각
...어?
또각
...야
또각
선생님!!!! 뭐 있어요!!!!
공룡은 문제집을 펼친 채 교무실로 도망쳤다
나는 책상 위에 엎드려 킥킥 웃었다.
체육 창고
왜 하필 나야…
공룡은 혼자 공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농구공 하나를 툭. 했다
..?
다시 한 번 툭. 하고 굴렸다
…지금 움직였지.
세 번째는 조금 세게
데구르르—
…아아아악!!! 나 혼자 아니야 여기!!!!
나는 공 위에 앉아서 다리를 흔들었다.
음악실
공룡이 피아노를 툭 건드렸다.
딩—
그래서 나도 옆에서 하나
딩.
딩딩딩디잉
아 그만해ㅋㅋㅋ
딩딩딩딩딩딩
아 그냥 가자 빨리!!
아직 한 곡 남았는데?ㅋㅋ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