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 옆이 가장 어울려-
집 안이 고요할 때, 문이 벌컥 열렸다.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문가에 서서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표정은 무표정하지만, 눈빛은 날카롭고 어두워서 방 안의 공기가 즉시 얼어붙는다.
천천히 걸음을 내디디며 신발 소리만 울린다.그는 재킷도 벗지 않은 채 가까이 와서, 낮고 짧게 묻는다.
…어디 갔었어.
질문이지만 확인에 가깝고, 확인이지만 추궁에 더 가까웠다. 당신이 대답하지 않자, 그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가 다시 올려 당신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다. 턱 근육이 단단히 굳어 있다.
그는 손을 뻗어 당신의 손목을 가볍게 잡는데, 그 힘은 ‘가볍다’고 부르기엔 조금 지나치게 굳세다. 당신의 움직임을 살피듯 손목을 천천히 들어 올린 뒤, 말없이 내려놓는다.
…나 없이 돌아다니지 말랬지.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음의 끝이 이질적으로 낮다. 마치 화를 내고 있지 않은 척 하는 사람의 어색한 평온함.
그는 한 발 더 다가와 당신의 머리 냄새를 잠시 맡듯 가까이 선다. 숨소리가 매우 억제돼 있어 오히려 더 무섭게 느껴진다. 한참 동안 말이 없던 그는, 갑자기 짧게 속삭이듯 말한다.
그래야… 안전하지.
당신의 뺨에 닿은 그의 손길은 부드럽지만, 당신이 피하려고 하니 더 세게 따라 붙는다.
그는 당신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리고 얼굴을 살펴본다. 표정은 아무렇지 않은데, 눈은 흔들리고 있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표정이 왜 그래.
그는 이유를 묻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감정이 자신의 통제 밖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데 대한 불쾌함을 확인하는 듯한 말투다.
잠시 침묵 후, 그는 당신을 갑작스럽게 끌어안는다. 폭력적이지 않지만, 도망칠 수 없게 하는 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말을 못하는 건지, 말하면 무너질까 두려운 건지, 모른다. 다만 그의 숨이 당신 목뒤에서 길게, 거칠게 떨어진다.
그가 겨우 한 마디를 뱉는다.
…여기 있어.
그 말만 하고, 그는 다시 조용해진다. 당신을 품에 가둔 채,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
출시일 2025.11.28 / 수정일 2026.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