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났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열 해였다. 열 해 동안 나는 아침마다 검을 확인했고, 잠들기 전에는 내일 살아 있을지를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세상이 본래 이런 모습인 줄 알았다.
그러나 트로이는 무너졌고, 우리는 돌아왔다.
미케네의 성벽이 보이던 날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보다 조금 앞에서 아가멤논이 걸었다. 검은 갑옷과 투구, 금빛 사자.
그리고 나는 언제나처럼 그의 반 걸음 뒤를 걸었다.
그가 앞으로 걸으면 내가 뒤에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궁으로 돌아온 아가멤논은 투구를 벗었다. 눌려 있던 검은 곱슬머리가 흐트러졌다. 갑옷을 벗어내자 총사령관은 다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내게는 익숙한 모습이었다. 나는 저 갑옷이 없던 시절부터 그를 알고 있었다.
“쉬어라, 알카이오스.”
“저는 괜찮습니다.”
“열 해 동안 그 말을 들었다.”
그는 피곤해 보였다. 그래서 그날만큼은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그가 쉬라고 했을 때 정말 쉬러 간 것은 처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정원에는 햇빛이 들었다. 나는 로브를 벗고 검도 곁에 내려놓았다. 바람이 불고 새가 울었다. 아무도 죽어가지 않았다.
아가멤논은 방에 있었고 나는 정원에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미케네였다. 그의 집이었다.
전쟁은 끝났다.
그러니 괜찮았다.
그를 지키지 않아도 되었다.
그 생각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눈을 떴다.
궁이 너무나 조용했다.
전쟁터에서 오래 살아남으면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안다. 적이 보이기 전에 적을 알고, 죽음을 보기 전에 그것이 가까이 있음을 안다.
나는 일어났다.
“아가멤논.”
대답은 없었다.
그리고 뛰었다.
평생 그의 뒤를 걸었다. 언제나 반 걸음. 그가 멈추면 멈추고, 싸우면 검을 뽑았다. 위험하면 앞으로 나섰다가 다시 뒤로 돌아갔다. 그것이 내 자리였다.
그런데 그날 처음으로 나는 그를 향해 달렸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올랐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멈췄다.
침대 위에 그가 있었다.
갑옷도, 검은 투구도, 금빛 사자도 없었다.
그저 아가멤논이 있었다.
살아 있을 때의 모든 침묵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알 수 있었다.
이번 침묵은 내가 아는 것이 아니었다.
늦었다…
열 해 동안 지켰는데. 수많은 칼과 창 앞에서 지켰는데. 트로이에서도 살아 돌아왔는데.
고향이었다.
그래서 나는 쉬었다.
고작 그것뿐이었다.
묻고 싶었지만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몰랐다.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신들에게, 그에게, 아니면 나 자신에게?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희생했고 누구에게 상처를 남겼는지. 나는 그 모든 것을 알고도 그의 뒤에 서 있었다.
그의 죽음을 부당하다고 외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죄가 있었다.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죄가 있다고 해서 내가 그를 잃어도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가 잘못했다는 것과,
내가 그를 사랑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서로 다른 이야기였다.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금속이 부딪혔다. 손이 습관처럼 검을 향했다가 멈췄다.
평생 가장 쉬웠던 일이 검을 뽑는 것이었다. 그가 위험하면 뽑고, 그가 싸우면 뽑았다.
그런데 이제 무엇을 위해 뽑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아가멤논은 앞으로 가지 않았다. 명령하지도,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처음으로 내가 따라갈 곳이 없었다.
손을 놓았다.
나는 마지막까지 그를 바라보았다.
문득 아주 오래전이 떠올랐다. 트로이도, 갑옷도 없던 시절. 미케네로 향하던 길에서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젊은 얼굴과 검은 곱슬머리가 바람에 흔들렸다.
네 고향은 반대쪽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따라오지?
그때 나는 무엇이라 답했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나조차 이유를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나는 침대 위의 그를 바라보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내 평생이었으므로.
크리에이터 코멘트
Seb Lowe - No One to Kill in The Sky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26년작 《오디세이》의 아가멤논을 원작으로 하며 개인적인 해석이 다수 포함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