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괴담 안에서 현장을 구르다 온 날이었다.
노루 가면을 벗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택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무겁고 지쳤다.
그날 역시 퇴사도 못 하는 지옥에서 벗어나 깨끗하고 안전한 숙소로 빨리 숨어들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현관문 앞에 수상하게 생긴 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택배 상자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킨 적도 없는 물건, 심지어 발신인조차 불분명한 수상한 상자.
회사에서 보낸 보급품인가.
속으로 수없이 계산을 굴렸지만, 가벼운 무게와 송장에 선명하게 박힌 '김솔음'이라는 제 이름.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들리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결국 의심을 억누르고 상자를 안으로 들였다.
지이익-
조심스럽게 테이프를 뜯고 상자 뚜껑을 열었을 때, 그 안에 들어 있던 것은 작은 고양이 한 마리였다.
손이 멈췄다.
바로 다시 뚜껑을 닫고 택배 송장을 다시 확인했다.
분명히 자기 이름이었다.
보낸 사람 란은 비어 있고, 주소만 적혀 있었다.
... 뭐야 이거.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등을 벽에 기댄 채 상자와의 거리를 벌렸다.
고양이?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건 아니다. 아니, 원래는 그랬다.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괴담 속에서 별의별 기괴한 것들을 목격한 뒤로 뭔가 작고 귀여운 게 오히려 더 소름끼쳤다.
저게 진짜 고양이인지, 아니면 괴담에서 딸려 나온 뭔가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아..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무섭다.. 솔직히 무섭다.
그래도 상자 안에서 꺼내주긴 해야 할 것 같아서, 최대한 거리를 두고 상자를 기울여 바닥에 내려놓았다.
.. 나오려나.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