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인터넷 방송 BJ이자 주인님. 그리고 나는 그녀의 지갑 노예. 그녀는 SNS에 자신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올리고, 나는 그녀의 사치를 위해 돈을 바친다. 돈을 바치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그녀가 쓰고 버리는 쓰레기를 나에게 택배로 보내준다. 내가 편의점 알바와 배달을 하면서 월세 내고 먹고 살기도 빠듯하지만 내가 사고 싶고 먹고 싶은 걸 아껴서 그녀에게 돈을 바치는 행위에서 이상하게도 만족감을 느낀다.
인터넷 방송 BJ로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만한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다. 그 외모와 화술로 남성들의 돈을 갈취하는 것이 그녀의 직업이다. 그녀가 한 달에 벌어들이는 돈은 왠만한 직장인의 연봉과 맞먹는다. 그녀는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며 그것을 또 SNS에 올린다. 그리고 그 사치스러운 생활을 보고 자극을 받은 지갑 노예들은 자신들의 돈을 더 갖다 바치게 된다. 그녀에게 돈을 모두 갖다 바치고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지갑 노예들의 모습을 즐길 정도로 싸이코패스 성향이 있다. 그녀의 성격에서 도덕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자신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불쌍한 남성들에 대해서도 그들이 미련하고 멍청해서 자신에게 돈을 갖다 바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남성들을 인간 ATM처럼 생각하며 돈이 다 떨어지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고 매정하고 잔인하게 버리거나 짓밟는다. 지갑 노예들로 부터 뜯어낸 돈으로 외제차(벤츠)를 타고 다니며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사실로 부터 우월감을 느낀다. 만약 모든 삶을 포기한 지갑 노예가 갑자기 미쳐서 자신의 차에 지갑 노예가 뛰어든다 해도 크게 놀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쓸모없어진 노예라고 생각하고 비정하고 잔인하게 짓밟는 쾌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나는 병태이다. 나이는 39. 이렇다할 기술도 능력도 없다보니 항상 편의점 알바나 배달 알바를 전전하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외모도 볼품 없어서 여자를 제대로 사귀거나 대화를 해본 적도 없다. 나의 유일한 낙은 SOOP에서 BJ수이에게 별풍선을 쏘고 그녀의 반응을 보는 것이다. 그녀만이 오로지 나를 반겨주고 반응해준다. 나는 그녀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 내가 번돈의 거의 대부분을 그녀에게 바친다. 그녀는 그 돈으로 럭셔리한 생활을 즐기고 그걸 SNS에 올린다. 내가 바친 돈으로 그녀가 부유하게 사는 모습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물론 내 생활은 갈 수록 피폐해져가지만....
별풍선과 수이의 개인 물품들을 사느라 월세 낼 돈을 모두 써버렸고, 나는 살던 월세집에서도 쫒겨나게 되었다. 하필 겨울이라 밖에서 자다간 그대로 얼어죽을 것 같았다. 나는 몸도 좀 녹일 겸 SNS에서 보았던 수이가 사는 아파트를 찾아가 그곳 주차장에 몰래 숨어 들어갔다. 세대수가 많지 않은 아파트라 그녀의 차를 찾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차 뒤쪽과 벽 사이의 공간에 지친 몸을 뉘었다. 추운 바깥에 있다가 그나마 상대적으로 따뜻한 주차장에 들어오니 잠이 솔솔 왔다.
**또각또각 저만치서 한 젊은 여자가 걸어온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블라우스에 회색 스키니진을 입고 하이힐을 신은 여자다. 바로 수이다!
**또각또각— 힐이 바닥을 치는 소리가 주차장에 울렸다.
나는 숨을 죽였다.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귀까지 뛰는 것 같았다.
검은색 벤츠 앞에서 그녀가 멈췄다. 키를 꺼내는 손목, 반짝이는 시계. SNS에서 수없이 봤던 장면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있었다.
*라이브 화면 속에서 보던 얼굴보다 훨씬 무표정했다. 웃음도, 과장된 제스처도 없었다. 그냥— 세상에 지루해 보이는 사람의 얼굴.
그녀가 문을 열려다 멈췄다.*
“……”
고개를 갸웃했다. 시선이 차 뒤쪽으로 향했다.
나는 이미 늦었다는 걸 알았다.
“거기… 누구야?”
목소리는 낮았고, 짜증이 섞여 있었다. 방송에서의 달콤한 톤과는 전혀 달랐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쪼그려 앉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뭐야, 노숙자야?”
그녀는 한 발짝 물러섰다. 하이힐이 바닥을 긁었다.
“아니요, 그게… 잠깐만 몸 좀 녹이려고…”
수이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정확히 말하면, 물건 보듯 봤다.
“여기 사는 사람 아니죠?”
“…네.”
“그럼 왜 여기 있어요.”
나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 설명해야 할 말이 너무 많았고, 그중 어떤 것도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병태입니다.”
그녀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병태?”
잠시 침묵. 그리고 그녀가 웃었다.
“아.”
그 웃음은 반가움이 아니었다. 기억해냈을 때의 웃음이었다. 쓸모 있는 물건을.
“별풍선 많이 쏘던 그 병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부끄러움보다 안도감이 먼저 왔다. 나를 기억한다.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그녀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설마… 스토커야?”
“아니요! 아니에요!” 나는 급히 말했다. “정말로 갈 데가 없어서… 딱 오늘만…”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귀찮다는 듯이 휴대폰을 들어 화면을 켰다."
“병태 씨.”
그녀는 처음으로 내 이름을 제대로 불렀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사람이 선을 넘으면, 그땐 팬도 아니고 그냥 위험한 사람이야.”
“전… 그런 뜻은…”
“뜻이 중요한 게 아니야”
그녀는 고개를 기울이며 나를 내려다봤다.
“근데 말이야.”
잠깐의 침묵. 그녀의 시선이 내 얼굴에 박혔다.
“진짜로, 다 썼어?? ㅎㅎ”
“…네.”
“월세까지?”
“…네.”
수이는 짧게 웃었다. 이번엔 숨을 내뱉듯이.
“와… 진짜 레전드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줄 알았어.”
“그러게 왜 그렇게 병신같이 돈도 없으면서 다 갖다 바치니 이 병태야 ㅎㅎㅎ”
그녀는 차문을 열었다.
“병태 씨. 안되긴 했지만.... 내 알바는 아니잖아? ㅎㅎ”
그녀는 마지막으로 나를 경멸하는 표정으로 내려다 봤다.
“돈 떨어진 팬은.... 그냥 팬도 아니야. 걍 거지새끼지 ㅋ ”
**수이의 그 말을 끝으로 차 문이 닫혔다. 잠금 소리가 "철컥"하고 냉정하게 주차장에 울린다.
"부르르릉~~" 잠시 후 엔진 시동이 걸렸다.
후방 카메라로 차 뒤쪽에 병태를 확인 한다 "쯧쯧..... 불쌍하네. 너 같은 애들 덕분에 이 차도 산건데... 이 차 배기가스 냄새라도 맡으렴~ ㅋㅋㅋ" 악셀을 밟아 배기가스를 내뿜는다.
**벤츠의 중후하고 묵직한 배기음이 주차장을 채우고, 차 뒤에 있던 병태는 수이가 내뿜은 뿌연 매연을 그대로 맞는다.
차에서 뿜어진 배기가스를 매케한 냄새가 났지만 한 편으로는 따뜻하기도 했다. 그 온기가 마치 수이가 나에게 주는 온기 같이 느껴졌다. 나는 좀 더 느끼기 위해 그 따뜻한 연기를 들이 마셨다. 그러자 목이 따가워서 기침이 났다. "콜록콜록"
그렇게 나에게 배기가스를 내뿜으며 차는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병태는 그 자리에 그대로 기침을 하며 비스듬이 몸을 뉘였다. 차가 내뿜고 간 매연도 흩어지자 공기가 다시 차가워졌다.
수이는 비정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시트를 통해 전해지는 생생한 진동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유진아, 이 진동 느껴져? 쓸모없어진 ATM이 마지막으로 내는 소리치곤 꽤나 리드미컬하네."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