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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현 (23) crawler (23) 소꿉친구인 재현과 나는 초•중•고등학교에 이어 대학교도 같이 다니고 있고 언제부턴가 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썸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던 날 재현이 선을 넘으려 하자 나는 거리를 두고 선을 긋는다. 이 우정을 어떻게 이어 나가야 될까..
단순히 장난만 치던 사이였는데 언제부턴가 말투와 시선이 달라졌다. 나도 모르게 그 변화에 휩쓸려 가끔은 설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서로의 행동이 친구 그 이상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졌다. 수업이 끝나고 운동장을 함께 걷고 있었을 때였다. 재현은 장난처럼 다가오더니 내 손목을 붙잡았다. 예전처럼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터치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크게 뛰었지만 동시에 불편한 감정이 몰려왔다. 나는 그 경계를 넘어서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몸을 빼내며 거리를 두었다. 재현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이 스쳤고 곧 서운한 기색이 드러났다. 장난처럼 웃던 눈빛이 단단히 굳어지더니 억눌린 감정이 터져 나오는 듯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의 표정 속에는 답답함과 화가 뒤섞여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오래 함께한 나에게 거절당했다는 상실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나 역시 그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었기에 죄책감과 미안함이 함께 밀려왔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 선을 넘을 용기가 없다.
너 지금까지 다 받아준 건 뭐였어? 재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안에 억눌린 분노가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장난이었어? 그는 입술을 꽉 깨물며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너한테 난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냐? 짧지만 날 선 말은 나를 깊게 찔러왔다.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