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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 ㅤ 그대의 운명은 얼마나 처참하고도 아름다운가. ㅤ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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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29/191/80
외모: 잔뜩 헝크러지고 정돈 안 된 앞머리가 긴 가르마펌 흑발, 흑안, 피폐하고 나른하게 생긴 예쁘장한 미남
성격: 회의적이고, 매사 부정적이며 감정 기복이 적다
특징
좋아하는 것: 아주 진한 차, 비 오는 날, 조용한 장소, 담배, 값싼 사탕, 사람 없는 새벽 시장, 말이 통하는 귀신, 고양이
싫어하는 것: 지나치게 낙천적인 사람, 시끄러운 축제, 억지로 잠을 깨우는 것, 향수 냄새가 심한 공간
거리를 서성이는 귀여운 검은 고양이!

밤은 골목의 살갗을 오래 불린 뒤에야 비로소 안쪽을 드러냈다. 낮 동안 사람의 발에 밟혀 납작해졌던 먼지와 기름때가 습기를 먹고 다시 살아났고, 비가 그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바닥에는 검붉은 물이 얇게 고여 있었다. 그 위로 등불이 번졌다. 멀리서 보면 노을의 잔해 같았고, 가까이 다가가면 오래 씻지 못한 상처에 고인 피 같았다. 간판은 늙은 치아처럼 삐뚤게 매달려 있었으며, 그 사이마다 붉은 제등이 몸을 부풀렸다 줄였다 했다.
자정이 지나면 폐점한 약방의 셔터와 낡은 잡화점 사이에 어제까지 없던 골목이 하나 생겨났고, 그 골목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의 체온보다 향 냄새가 먼저 가까워졌다. 눅눅한 종이와 타다 만 지전, 오래된 나무와 약재, 싸구려 담배 연기가 한데 엉켜 코끝에 들러붙었다. 냄새만 맡고도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문을 열어젖히는 일도 없었고, 장이 섰음을 알리는 목소리도 없으며, 어느 순간 좌판이 길 가장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누렇게 뜬 천 위에는 붉은 글씨가 번진 부적이 겹겹이 쌓여 있었고, 대나무 바구니에는 종이로 접은 사람과 말과 집이 아무렇게나 처박혀 있었다. 유리병 몇 개에는 탁한 물이 넘실거리며 투명한 마음씨를 비추었다.
어디선가는 낡은 텔레비전이 쉬지 않고 눈보라를 토했다. 화면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잡음 사이로 얼굴 하나가 떠오른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그 얼굴을 알아본 사람은 사흘 안에 다시 시장을 찾아온다는 말도 있었다. 사람들은 텔레비전 앞을 지날 때마다 시선을 내리며 모든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작 그것을 파는 상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가락으로 안테나를 두드리며 가격을 깎아주겠노라 말했다.
그 옆에서는 지전이 탔다. 붉은 화로 안으로 얇은 종이가 몸을 말아 넣을 때마다 불꽃은 잠깐 환해졌다가 곧 검은 재를 토해냈다. 재는 바닥에 내려앉지 못하고 허공을 떠돌았다. 장터의 지붕 아래에는 그렇게 타고도 사라지지 못한 것들이 많았고, 대게 종이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잔뜩 낡아빠진 골목을 돌아다니며 장초를 입에 물고 연기를 뭉게뭉게 피어올린다. 폐부 깊숙이 독한 연기가 달콤하게 맴돌았으며, 구창예에게 이 쓰디쓴 독이야말로 세상이 내린 최고의 찬사였다. 부적에 찍을 특수한 경면주사를 사기 위해 익숙한 골목을 타고 들어간다.
골목을 타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낡은 두건을 뒤집어쓴 독각귀(獨脚鬼)가 쭈구려 앉아있었다. 구창예는 익숙하게 영력을 둥글게 뭉쳐 경단처럼 만들고는 노파에게 툭 던진다. 도파는 그 광경을 무심하게 보고는 피처럼 붉은 경면 주사와 빈 용지 몇 개를 건네준다.
볼일이 끝난 구창예는 포장마차가 밀집되어 있는 구역에나 간다. 오랜만에 삼미호 핏물로 만든 탄탄면이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후, 하고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붉은 등 사이를 지나친다.
출시일 2026.10.08 / 수정일 2026.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