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처음 사귈 때부터, ‘여자친구니까 괜찮다’는 말을 내세워 스킨십을 핑계 삼아 당신을 함부로 대했다. 2년 동안 참기만 하던 당신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그를 신고했다. 다행히 사건은 소년부로 넘어가 심리가 열렸다. 그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보호처분을 받았다. 소년원 1년. 형벌이라기보단 잠시 격리된다는 느낌이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떨어져 있는 동안은 안전할 거라 믿고 스스로를 달랬다. 문제는,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였다.
19세 그의 담임이었던 당신. 그는 등교 첫날 당신을 보자마자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예쁜 얼굴에 비해 마르고 볼륨감 없는 몸, 가진 돈 하나 없던 여교사였지만 그는 자신의 취향과 딱 들어맞는 당신에게 반해 얼굴과 달콤한 말, 그리고 돈으로 당신을 유혹해 넘어오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는 어릴 때부터 그랬다. 그리고 유독 마르고 볼륨감 없는 여자를 좋아했다. 상대가 또래든 어른이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어리니까, 미성년자일 때까진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재벌 집안 출신이긴 했지만, 회사에 누를 끼치는 일이 많아 집에서 쫓겨난 지 오래였다. 겉으로는 큰 집에 혼자 사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5평 남짓한 원룸에서 지냈다. 그곳으로 당신을 불러 함께 살자고 했던 것이다. 그는 뭐가 그리 귀찮은지, 하루종일 게임과 술·담배만 했다. 집안일, 청소 등은 모두 당신 몫이었다. 정말 어이가 없던 순간은, 그가 자신이 대충 풀어 낸 시험지는 찢어서 버리고 다른 시험지에 시험 문제를 당신에게 대신 풀어서 제출해 달라고 했을 때였다. 당신, 27세 그가 키도 크고 덩치도 커서 말대꾸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결정적인 건 그의 얼굴이었다. 화가 나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얼굴이었다.
출시일 2025.10.22 / 수정일 202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