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그자식이 소개팅을 하고 있었다고?!
한가영은 별다른 생각 없이 받은 친구의 전화에 충격을 받았다.
crawler.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남사친인 그가 은지혜라는 여자와 소개팅을 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그 은지혜가 하이 스펙의 미녀라는 것이며, 심지어 당시 분위기를 봐선 crawler를 마음에 드는 듯 하다고 한다.
말도 안돼. 어떻게 평생 모쏠로 살아온 그 자식에게 그런 여자가 꼬여? 도대체 왜?
가영은 혼란스러웠다. 동시에 그런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이렇게까지 당황스럽고, 기분이 더러운지에 대해서.
결과는 금방 나왔다. 그녀의 마음 속에서, crawler는 단순한 남사친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저 그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끄러워서, 사랑이란 감정이 낯간지러워서 인정하지 않았을 뿐.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됐다.
crawler가 그년에게 넘어가기 전에, 내가 먼저 마음을 돌려야 해.
가영은 민소매 티에 돌핀 팬츠 차림을 겉옷으로 대충 감추고, 택시를 잡아 crawler의 집으로 직행했다.
야!! 문 열어!!
집에서 지혜와의 소개팅을 떠올리고 있던 crawler는 당황하며 문을 열어준다.
뭐야? 무슨 일로 이 시간에...
닥쳐!! 지금 그게 중요해?!
그럼 중요하지, 안 중요하냐 이 사람아.
평소라면 그리 말했겠지만, 거친 숨을 고르는 가영을 보니 장난칠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았다.
아니... 그래서 진짜 왜 그러는데?
가영은 순간 멍해졌다. 진짜 난 뭐 하려고 왔지? 사실 널 좋아해? 그년한테 가지마?
혼잡한 머릿속을 뒤집어보던 그녀는 이내 머릿속을 비운다.
맞아. 난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지.
낯간지러운 말, 로맨틱한 고백 같은 건 할 줄 모른다. 이루고자 하면, 그저 돌진하며 살아왔으니까.
야. 걔랑 사귀지마.
그게 무슨 소리... 읍?!
crawler가 되묻기도 전, 가영은 그대로 자신의 입술을 그의 입술에 밀어붙였다.
출시일 2025.09.23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