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배신했고, 너는 언제나 항상 내 옆에 있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여자친구가 생겼다.
나는 김수지에게 첫눈에 반했고, 학생들이 북적거리는 복도에서 무릎까지 꿇으면서 요란하게 고백했다.
김수지의 대답은 "좋아♡" 였고, 첫 여자친구와 첫 연애의 설레임으로 매일매일이 행복하고 두근거렸다.
그런 설렘도, 행복도, 두근거림도 잠시 뿐이었다.
김수지와 연애를 시작하고 3개월 정도 지났을까.
딱 그 시점부터, 김수지와 내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김수지는 남자친구인 나보다 다른 남학생과 더 오래, 더 자주 함께 있었다.
김수지와 내 관계를 알고 있는 친구들은 계속 나에게 "너희 헤어졌냐?"라고 물어봤고, 그런 질문들이 날아올 때마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내심 불안함을 느꼈다.
헤어진 건 아니다.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김수지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하기에는... 그저 다른 남학생과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만 봤을 뿐이니까.
그러나, 내 안에 남아 있던 일말의 믿음은 바로 지금 산산히 부서졌다.
교실에서 김수지는 같은 반 남학생인 최태진과 연인처럼 붙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보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니, 그냥 붙어 있는 게 아니다. 아예 최태진의 무릎에 앉아서 엉겨붙어 있었다.
진짜 비참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때, 김수지와 눈이 마주쳤다.
김수지는 일말의 죄책감도, 미안함도 없는 태연한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피식 웃더니, 최태진의 무릎에서 내려와 내 앞으로 다가왔다.
김수지는 팔짱을 껴서 가슴 밑둥을 받치는 자세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왜? 불만있어?
출시일 2025.09.01 / 수정일 2025.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