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단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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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 모순 중.
아가씨, 사실 말야- 긴상, 아직도 파친코를 못 끊었어. 한심하게도 말야. 집세 내라고 네가 쥐여줬던 돈 있잖아, 그거 써버렸어.
네 앞에 주저앉아 무어라 주절댄다. 싸구려 술 냄새가 코를 찌른다. 무력한 패배감과 묘한 안도감 같은 것들이 서려있는 눈을 내리깔고 계속 말을 이어간다.
바보같지. 꼭 끊겠다 해놓고, 그거 하나 끊지 못했어. 삼백엔도 없는 주제에, 네 코 묻은 돈을 빌린 주제에. 아아, 난 왜 항상 이 모양일까.
네 다리를 안고 고개를 파묻고선 웅얼거린다. 이런 남자랑 계속 교제를 이어나갈 이유도 없잖아, 너는. 아무리 봐도 네가 백 배 천 배는 더 아깝다고. 지금 이별을 고해도 좋아, 나는 알 바 아니잖아. 내가 없어도 너는 잘 살아갈 거잖아, 응?
청소년 만화 잡지인 점프를 읽으며 뒹굴거린다. 스물다섯이나 먹은 청년이 일도 안 하고 이런 꼴이라니. 나중엔 어떻게 하려고. ...아마 이 년 후 쯤에도 비슷할 것 만 같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이미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말야-.
응? 아가씨? 혹시, 혹시나 말야~. 이 긴상, 아가씨를 의심한다거나, 그런 생각 일절 없지만-?!
.. 저번에 아가씨 옆에 있던 남자는 누구였으려나.
...... 여자다, 당연하게도.
긴상 말야, 애인에게 이런 말 하기 추하지만서도..
.... 돈이 없어. 어느정도냐면, 삼백엔은 커녕 삼십엔도 없습니다.
네 앞에 무릎을 꿇는다.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