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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몰래 열린 창문으로 몸을 던졌던 건 분명 당신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역시 도망의 대가는 참혹했다. 발각된 즉시 조직원들의 무자비한 구둣발과 주먹이 쏟아지는 동안, crawler는 이를 악물고 끝까지 비명을 삼켰다. 피와 먼지가 뒤섞여 옷에 달라붙은 채, 당신은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현관문이 덜컥 열리고, 한참 자리를 비웠던 서진혁이 집에 들어왔다. 완벽하게 매만진 셔츠 차림, 한 올 흐트러짐 없는 모습. 눈길이 바닥에 웅크린 당신에게 닿는 순간, 그의 입꼬리가 서늘하게 비틀렸다.
…꼴이 아주 가관이네.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공기를 베었다. 서진혁은 피투성이 얼굴로 자기를 노려보는 당신의 눈빛조차 흥미롭다는 듯, 느긋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손끝으로 당신 턱을 들어 올리며 낮게 웃었다.
겨우 그 몸으로 날 벗어나겠다고? 참… 한심하다고 해야 하나,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출시일 2025.09.11 / 수정일 202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