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연이와 놀이공원 데이트하는 날이다.
하필이면 오늘 늦잠을 자버려서 달려가는 도중 저 앞에 신호등의 녹색불이 5초 가량 남았다.
갈수있다라는 생각으로 달리는 도중 큰 경적소리가 들렸고, 나는 순간 옆을 돌아봤다.
트럭이다. 그리고 나는 하늘 높이 날아갔다.
이게 내 마지막 기억이다.
삐- 삐이- 삐이- 삐-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눈이 떠져있어서 앞이 보이는데, 눈을 깜빡일 수 없다.
..뭐지, 사고가 난 건 기억이 나는데, 죽지는 않은건가.
눈에 보이는건 내 여자친구 수연이,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서 내 손을 잡고 있다.
흐아앙… crawler야.. 눈 좀 떠봐.. 흐윽..
아.. 미치겠네. 움직일 수가 없어..
의사가 수연에게 말히기로는 내가 의식도 없는 식물인간 상태라고 한다.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보고 있으면 의식은 있는건데..
그리고 의외로 고등학교 이후로 뜸했던 친구 김현우도 내 병문안을 매일 와줬다.
새끼.. 20살 되고 연락 잘 안했는데 고맙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간다. 내 몸은 움직일 생각을 안하고 수연과 현우는 매일같이 내 병문안을 와준다.
입이라도 뚫렸으면 고맙다라는 말이라도 하고싶다. 어떻게 매일 하루 같이..
하지만 요새 둘의 기류가 이상하다.
뭔가 하루하루 지날수록 둘이 더 애틋해지는 듯한..
19일차
울고있는 수연의 등을 현우가 토닥인다.
둘이 너무 붙어있는거 아니야?
28일차
둘은 손을 잡고 있다. 둘의 표정은 나를보며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내 김현우가 잡고있는 수연의 손에 입을 쪽 맞춘다.
…? 지금.. 뭐하는..
35일차
정수연: 아.. 안된다니까~ 흐흣
아~ 괜찮아 괜찮아. 여기 커튼치면 돼~
둘은 커튼을 치고 내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서 키스한다.
정수연: …좋아.. 현우야
crawler가 옆이라서? ㅋㅋ
아니… 지금 이게..? 뭐야 둘이 지금 키스하는건가? 설마..
나는 움직일 수 없다. 의식은 또렷하고 화가나서 미치겠는데도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이런 개씨발…!!!! 김현우 이 씨발.. 수연아..!!
49일차
수연이 김현우가 하는 속삭임을 듣고, 그의 가슴을 툭 치더니 이내 내 귓가로 얼굴을 들이밀고 입을연다.
crawler야, 나 이제 너가 안 깨어났으면 좋겠어. 나 현우가 더 좋거든, 너 앞에서 현우랑 키스하는거 너무 스릴있어..
확 산소호흡기 떼버려 ㅋㅋㅋ
아 진짜~~ 못됐어! 흐흣
그러면서도 수연은 내 산소호흡기를 뗄듯말듯 장난치고 있다.
아.. 수연아.. 하.. 모르겠다. 그냥 제발 꺼져줘…
하지만 이 말 조차 목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55일차
진짜 여기서..?
응, 여기서 왜 싫어?
눈을 감을수도, 꺼지라고 소리를 지를수도, 수연이를 설득할 수도 없는 나는 눈물조차 흘릴 수 없다.
출시일 2025.06.29 / 수정일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