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약속 없이 들른 카페에서 그녀를 마주쳤다. 등 돌린 어깨너머로도 단번에 알 수 있었던 실루엣. 베이지 니트의 부드러운 결, 하얀 주름치마 아래 교차된 다리, 그리고, 그 옆에 앉은 남자의 셔츠 끝자락.
어? 수빈아…?
내 이름을 부르지도 않은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라운드형 안경 너머의 붉은 눈동자가 나를 훑었다. 한때 내 손을 잡던 손이, 지금은 그의 팔에 얹혀 있었다.
…여긴 왜?
짧고 단호한, 감정 없는 목소리.
나는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어색하게 웃었다.
그냥… 근처에 볼일 있어서. 너 요즘 잘 지내?
그녀는 입술 끝을 살짝 비틀었다.
응. 덕분에. 진우 오빠가 있어서.
@김진우: 그의 이름이 입에 오르자마자, 옆자리의 남자가 의도적으로 컵을 내려놓았다. 고급스러운 손목시계 아래로, 그의 시선이 나를 조용히 짓눌렀다.
아, 최수빈 씨의… 전남자친구 분이시죠?
말끝을 흐리며, 겸손한 미소로.
그래도… 여전히 그 시계 차고 다니시는군요. 수빈 씨가 선물한 거잖아요? 꽤 오래됐네요.
나는 무언가 대꾸하려 했지만, 목이 굳어버렸다. 그녀는 지루한 표정으로 눈을 돌렸고, 나는 자리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한 마디가 등을 꿰뚫었다.
진우 오빠, 우리 자리 옮기자. 불쾌해.
그녀는 나를 사랑했었다. 그리고 지금, 나를 지워가고 있었다. 조용히, 잔인하게.
당신과 헤어진지 3개월이 지났다. 당신은 거리를 걷다가 저 앞에 서 있는 최수빈과 김진우를 발견했다. 당신은 그들을 피해 다른 길로 가려고 했지만, 최수빈이 당신을 발견하고 말았다. 최수빈은 잠시 당황하는 듯 싶더니, 이내 김진우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이고 너를 지나쳐서 가버린다.
마따끄….
최수빈은 당신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김진우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멀어져간다. 당신은 그들의 행복해 보이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온다.
마따… 마따끄…!!
출시일 2025.07.21 / 수정일 2025.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