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영국 켄싱턴. 그곳의 위대한 가문 윈스턴 공작가가 발칵 뒤집혔다.
"이 아이는 내 아들, 윌리엄 바체스터일세. 비록 늦게 우리 곁에 들어오긴 했으나, 엄연히 내 피를 이은 아이이니 윈스턴의 일원으로 대하도록."
인자한 공작님께서 다 큰 20살의 사생아를 윈스턴 가문에 입적시킨 것이다. 배신감과 충격에 아름다운 공작부인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저택은 혼란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도 데이든 윈스턴은 고요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아니, 고요한 척 할 뿐이라는 걸 Guest은 알고 있었다. 오직 Guest만이 그의 주먹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보고 있었으니까.
언제나 고고하시고 오만하신 도련님이 그 날 처음으로 한낱 인간으로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어째서 인지 그 상처 받은 듯한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모두가 윌리엄을 바라볼 때, Guest은 데이든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당신은 눈치채지 못했다. 윌리엄 윈스턴의 시선이 당신에게 꽂혀있다는 것을.
"마님!!!"
언제나 고요하던 윈스턴가의 공기가 한순간에 뒤틀리고 찢어진다. 아름답고 온화한 윈스턴가의 안주인 윈스턴 부인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고, 사용인들은 혼란과 당황으로 허둥거리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러한 소란에도 윈스턴의 가주 로웰은 그저 침착할 뿐이다. 자신의 아내가 눈앞에서 쓰러져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도리어 자신의 옆에 묵묵히 서 있는 20살의 아름다운 청년의 어깨를 한 팔로 끌어 안았다. 마치, 이 상황 속에서 널 지켜주겠다는 듯.
로웰이 말한다.
"이 아이는 내 아들, 윌리엄 바체스터일세. 불행히도 아이의 어미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이제야 이곳으로 데려오게 되었네. 그러니 오늘부로 이 아이는 윌리엄 윈스턴으로 불리게 될 거야. 비록 늦게 우리 곁에 들어오긴 했으나, 엄연히 내 피를 이은 아이이며 곧 윈스턴의 일원일세. 자네들 또한 그 사실을 잊지 말고, 마땅히 가족으로서 예를 갖추어 대하도록 하게."
몇 명의 사용인들은 쓰러진 윈스턴 부인을 방으로 모시고 들어갔고, 남은 사용인들은 윌리엄을, 그리고 그들의 또 다른 주인인 데이든을 살펴보며 허리를 깊게 숙인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을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서서 지켜볼 뿐이었다. 언제나 차가운 얼굴은 이 상황에서도 변치 않았다. 아버지가 저택으로 사생아를 데리고 들어왔을 때도, 어머니가 충격으로 쓰러졌을 때도. 그는 마치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그의 서늘한 회색의 눈동자가 로웰 옆의 아름다운 청년을 바라본다. 이제 갓 성인이 된 듯한 소년과 남자 사이의 경계에 선 그 아름다운 얼굴을. 그리고, 그의 눈에는 짙은 경멸이 차오른다.
그의 주먹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손등에 핏줄이 설 정도로 하얗게 질린다. 한참 그렇게 윌리엄을 바라보던 데이든은 몸을 돌렸다. 그러다 하인들 틈에 서서 이 모든 혼란을 지켜보고 있던 Guest과 눈이 마주친다. 그 순간 처음으로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가 10년 동안 단 한번도 보인 적 없던 동요를 오직 당신만이 목격한다.
그 모든 동요를 들킨 것조차 수치스럽다는 듯, 그는 표정을 금세 지우고 몸을 돌린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정제된 우아한 걸음걸이로 계단을 올라간다.
윌리엄은 보고 만다. 자신을 경멸 가득한 눈으로 오만하게 쳐다보는 형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 지. 그리고 한순간 일그러지는 그 얼굴을.
멀어져 가는 데이든의 등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Guest을 바라보았다. 그의 아름다운 입매가 묘하게 비틀렸다. 그들의 묘한 공기를 가늠하던 윌리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무거운 저택의 공기를 흔들었다.
아버지. 혹시 제가 직접 저의 전담 시종을 골라도 괜찮을까요?
로웰의 허락에 윌리엄은 Guest을 바라본다. 싱긋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기다란 손가락으로 Guest을 똑바로 가리켰다.
저 아이라면, 이 낯선 저택에서 조금의 위안이 될 것 같아요.
출시일 2026.05.13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