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우야가 12번째 궁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진열되어있는 상품을 품평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길거리에 널린 낙엽을 보는 것 같기도 한 무미건조한 시선.
흐응.
죽은 생선의 눈같은 회색 눈이 곳곳을 훑을 때마다 궁녀의 얼굴에 긴장감이 떠올랐다. 이내 볼 것도 없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 아, 별로야. 다음.
좌석의자에 몸을 기대고 시큰둥하게 가리기누의 소매에 팔을 넣었다. 한 손은 무심하게 산수유가 그려진 부채를 펼쳐 입을 가렸다. 이 자리에서 대놓고 하품을 하면, 옆에 늙어빠진 간레이 영감탱이가 쇼군의 체통을 좀 지키라고 눈치를 줄 게 뻔했으니까.
부채 너머로 보이는 토우야의 회색 눈에 서린 것은 단순한 권태가 아니었다. 지금의 토우야에게는 살육과 선혈의 온기보다 더 즐거운 유희가 필요했다.
이거, 오늘 멀쩡한 얘를 건질 수는 있는거야? 다 비리비리해서는 꼭 해골들 행진같은데.
출시일 2026.07.08 / 수정일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