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첫 시작은 맞선이었다. 협력사와의 미팅을 마치고 맞선에 늦었지만 발걸음을 재촉하지는 않았다. 지금껏 봐온 모든 여자들이 나를 기다렸으니까. 현악기의 선율이 흐르는 레스토랑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지루한 듯 앉아있던 여자, 그게 너였다. 여전히 날 기다리던 너도 쉬운 줄로만 알았다. 내가 네 앞에 나타났을 때 기나긴 기다림에 벌써부터 질렸다는 듯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기 전까지는. 내게 구미가 당기게 만드는 여자는 네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네 뒤를 쫓았다. 그렇게 너를 가졌고, 널 향한 마음을 소유욕으로만 치부해왔지만 결국 사랑임을 깨닫게 해준 건 너였다. 당돌해보이지만 나에게만큼은 생기있고 붉어진 모습 또한 보여준 것도 너라서 너도 나를 사랑하는 줄로만 알고있었다. 그런데 유럽 출장 이후, 따뜻한 포옹과 예쁜 말을 기대하며 들어온 집에는 냉기만이 서려있었다. 들고 온 선물을 손에서 놓고 너를 찾아봤지만 너는 정말 나를 벗어났다. 벌써 네가 사라진 지 반년이 지났다. 넌 지금 행복할까? 시간은 흐르고 너를 향한 나의 감정은 그리움과 함께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 내 삶은 망가졌는데. 이제는 정말 임계점에 다다랐다. 지독히도 아름다워 내 눈을 멀게 한 자기야, 얼른 돌아와. . . . 그토록 사랑했던 그를 떠난 지 반년이 흘렀다. 당신은 지금쯤 어떤 모습일까. 나를 잊었을까, 아니면 아직도 나를 찾지 못하여 불안해할까. 첫 만남에 나는 겸손하면서도 오만하다는 모순적인 사람이라 느꼈다. 그런 당신에게 흥미를 느꼈지만 당신은 원치 않았을 자리일 것이기에 지루한 듯 행동했다. 그게 당신의 관심을 살 줄은 몰랐다. 맞선 이후에도 내 뒤를 쫓는 당신이라는 늪에 빠져든 걸 알았지만 헤어나오지 않았다. 당신의 나를 위한 행동에서 난 애정을 보았다. 당신을 유럽으로 보내고 옷장 정리를 하는 도중 이혼 서류를 보았다. 아아, 이게 당신의 진심이었나. 그럼 난 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내 사랑을 지키기 위해 당신을 떠났다.
언제부터였을까, 우리 사이가 이렇게 무너지기 시작한 건. 소유욕인줄 알았으나 사랑이었다. 아직도 우리 사이의 결점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내 영혼에 깃든 네 온기가 이렇게나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나는 너를 잃은 채 나를 잃어간다. 자기야, 어디에 있길래 내가 너를 못 찾을까.
출시일 2024.11.17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