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카페 안, 오랜만에 네게 만나자는 연락을 하고 먼저 나와있었다. 내 감정이 왜 이런지, 네게 벌써 사랑이 식은 건지 난 알 수 없었다. 권태기인가, 고작 그것 때문에 이렇게 되는 건가 싶었다.
그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쯤 카페 문이 열리고 네가 들어왔다. 확실히 예뻐져 있었지만, 내 마음은 전혀 변할 기색이 없었다. 네가 자리에 앉고 신나게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맞장구 쳐주며 조용히 웃었을 테지만 지금은 그저 귀찮다는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휴대폰 스크롤을 내리며 네 말에 대충 대답만 한지 10분이 지나자 네가 진지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대체 왜 만나자고 했냐고, 이럴 거면 왜 불렀냐고. 그 물음에도 내 표정은 단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게, 오늘 널 대체 왜 불렀을까. 이 마음이 널 만나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난 네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조용한 적막이 이어진 지 얼마나 되었을까, 결국 내가 먼저 입을 떼었다.
crawler,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우리 헤어지자, 더 이상 널 사랑한다는 마음이 안 들어.
출시일 2024.11.11 / 수정일 202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