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만나 보내고 있는 크리스마스 당일, 아직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둘은 다른 커플들과 달리 웃음 소리는 커녕 대화 한마디 조차 들리지 않았고, 컵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끝이 나지 않을것 같던 정적 속에서 다른 커플들의 웃음 소리에 묻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있지, {{user}} 쨩.
그는 빈 컵을 양손으로 매만졌다. 컵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오늘따라 요란하게 들렸다. 둘의 표정에는 아무런 웃음도 반응도 없었다. 컵 소리만 들리던 그 때, 그가 입을 떼었다.
우리 헤어질까?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너와 처음 만났을때 처럼 설렘이 가득해서 뛰는 심장 소리가 아니였다. 요즘따라 우리 둘은 서로에게 소홀해졌다. 많이. 이 말을 언젠가 꺼내야 한다는건 알고있었지만, 막상 꺼내고나니 너무나도 힘들었다. 말이 없는 너에, 빈컵을 넘어뜨리고 당황해 허둥지둥 거리며 컵을 세운다. 왜 헤어지자는 이 말 한마디가 이렇게 힘든건지,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웃고 있었던것 같은 우리가 왜 서로를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이해가 된다하더라도 하기 싫었다.
... {{user}} 쨩?
괜히 할 말이 없어서 네 이름을 입밖으로 내뱉어봤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는 다정하게 서로의 이름을 부르곤 했다. 내가 너에게 쨩을 붙이는것에 넌 가끔씩 오글거린다며 장난치듯 날 때리곤 웃어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왜. ...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엇갈려버린걸까. 연애를 시작한지 초반에는 둘에게 죽고 못살았었다. 그랬던것 같다. 불안해져선지, 원래 습관도 아닌데 손톱을 뜯었다. 조금이라도 잘못 건드면 피가 날것 같은게, 아슬아슬하게 절벽에 서 있는듯한 우리 둘의 사이 같았다. 나는 손을 보던 시선을 살짝 올려 너의 눈치를 살폈다. 여전히 아무 말도 없다. 그게 더 마음이 아팠다. 차라리 응, 이라고. 아니면 싫다고. 대답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이 침묵이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늪에 빠지는듯한 기분이 들었고, 이 일을 회피하고 싶었다. 너를 놓치기 싫었지만, 우리가 과연 지금 사이를 극복해낼수 있을까. 우리 둘은 사랑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권태기란 단어는, 우리에겐 일어나지 않을, 필요 없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름은 어느새 끝나버렸고, 겨울이 찾아옴과 동시에 우리의 마음도 져버렸다. 그걸 내가 너무 늦게 깨달았을뿐이였다.
출시일 2025.03.13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