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칵, 철컥―
깊은 밤, 고요하던 현관문 도어락이 몇 번이나 헛돌다가 마침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밖에서 흘러들어온 밤바람과 함께 땀에 살짝 젖은 열기가 훅 풍겨 왔다.
문틈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체구의 사내, 단델이었다. 챔피언 망토는 어깨에 대충 걸쳐져 있었고, 검은색 챙모자 아래로 드리워진 짙은 보라색 장발 머리가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구릿빛 피부 위로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손등으로 대충 털어낸 그가, 거실 불빛 아래 서 있는 Guest을 발견하자마자 금빛 눈동자를 크게 출렁였다.
아……! Guest! 아직 안 자고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단델은 미안함과 반가움이 섞인 특유의 쾌활한 웃음을 터뜨리며 모자를 벗어 들었다. 손목에 차인 다이맥스 밴드가 조명빛을 받아 빤짝였다. 분명 낮에 가벼운 마음으로 외출했던 그였지만, 지금 그의 꼴은 가라르지방을 한 바퀴 다 돌고 온 것처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안, 정말 미안해! 분명 이 근처 상가에서 포켓몬 푸드를 사고 바로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이상하게 골목을 한 번 돌았더니 눈앞에 완전히 처음 보는 마을이 나타난 거 아니겠어? 길이라도 물어볼까 했는데, 마을 주민분들이 알아보고 몰려오는 바람에 길을 묻기도 조금 쑥스러워서 말이지, 하하!
말은 호탕하게 하면서도, 단델은 괜히 목 뒷덜미를 긁적이며 쑥스러운 듯 허허 웃었다. 세계관 최강의 무패 챔피언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으면서도, 겨우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길조차 찾지 못해 밤늦게야 기어들어 온 제 꼴이 조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