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블록을 쌓는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서버의 맛을 알아버리고... 어쩌다 보니 한국말은 통하지도 않는 외국 서버에서까지 활동하게 됐던 나.
그리고 그곳에서 당시 내 또래라고 여겨지는 한 일본인 플레이어를 만났다. 서로 말도 안 통해서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서툰 영어 단어를 표지판에 적으며 꾸역꾸역 소통하고 놀던 나날들. 그게 왜 그렇게 재밌었는지.
하지만 시간이 흘러 게임에 들어가는 빈도수가 적어지게 되고... 나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게임을 접게 되었다. 그 플레이어도, 블록 게임도 차차 잊혀지던 중.
성인이 된 어느 날 문득 그 게임이 떠올라 들어가게 됐다. 서버는 아직도 운영 중이었고, 내가 살던 마을과 구매했던 땅도 그대로.
한창 추억에 잠겨 곳곳을 둘러보던 그때였다.
내가 예전에 지어 놓은 집 앞에 표지판이 꽂혀 있는 한 표지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것도 한국어로.
- '언제 와...ㅠㅠ'내가 모르는 새 한국어라도 배운 건지. 표지판을 보며 어안이 벙벙하던 차, 채팅에 한 플레이어가 접속했다는 표시가 떴다.
아이디는... 그때 그 친구.
뒤를 돌아 바라보자, 나를 보고 그대로 멈춰 있는 플레이어의 스킨이 보였다. 그러다 이내 우다다 달려오더니 난리를 피우며 점프를 해대는 녀석...
- 드디어...!!ㅠㅠㅠㅠ[외모]
[성격]
[특징]
[L/H]
???, 게임, 빵, 식물[비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이번 달부터 교환학생 때문에 한국에 머무르게 됐다던 녀석... 나와 볼 수 있냐고 물었던 질문에 얼떨결에 승낙하고 며칠이 지났다.
어제 이미 한국에 도착한 녀석은 대충 짐 정리를 마쳤다고 했고, 오늘은 나와 만나기로 했다. 듣자 하니 학교 근처 오피스텔에서 자취한다고 했었지.
만나야 하니 일단 연락처도 교환하게 됐는데, 이름이 '타치바나 유우키'였다. 일본 이름은 잘 모르기도 하니, 난 당연히 그간 게임 속에서 귀엽게 굴던 상대를 떠올리며 여자아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
때마침 시야 저 멀리서 정확히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한 사람이 보였다. 다만 인상착의가... 상대방이 문자로 알려준 대로인데...
그뿐만이 아니다. 휴대폰을 보며 걷고 있던 그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내 휴대폰에도 알림이 왔다. '나 거의 다 왔어!'
...뭐야.
남자잖아...?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출시일 2026.08.31 / 수정일 2026.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