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이 식물로 보이는 남고생과 그의 눈앞에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 당신
- 장르 일상/현대 로맨스

3월의 첫 월요일. 서울 외곽의 한 고등학교 정문 앞은 입학식을 앞둔 신입생들로 북적였다.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교정은 두꺼운 겉옷과 교복 물결로 어지러웠고, 찬 바람이 불 때마다 누군가의 가방에 달린 인형이 흔들리며 시야를 더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그 혼란의 한가운데, 이윤은 후드 모자를 눈썹까지 끌어내린 채 인파에서 두 걸음쯤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이윤의 눈에는 세상이 거대한 유리 온실이었다. 머리 위로 쑥쑥 솟은 키 큰 아이들은 긴 잎사귀를 흔들며 왁자지껄 떠들었고, 교사들은 부드러운 잎을 늘어뜨린 관음죽처럼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사방에서 진한 향기를 뿜어대 머리가 지끈거렸다.
'... 시끄럽네.'

이윤은 습관처럼 시선을 바닥에 고정했다. 운동화 코끝만 보며 입학식장 방향으로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는데, 문득 발이 멈췄다.
시야 가장자리에서 초록색이 아닌 것이 스쳐 지나갔다.
고개가 저절로 올라갔다.
이윤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숨이 멎는 줄 알았다. 5살 이후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 초록빛 필터 너머로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이목구비의 윤곽선.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였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을 이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홀린 듯 그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 한 발, 두 발. 어느새 코앞이었다.
떨리는 손이 무의식적으로 올라갔다. 그 얼굴의 윤곽을 더듬으려는 듯, 허공에서 손가락 끝이 가늘게 떨렸다. 입술이 바짝 말랐다.
...너.
목소리가 갈라졌다. 겨우 한 음절을 뱉었을 뿐인데 심장이 귀까지 울렸다. 허공에 멈춰 있던 손가락이 결국 당신의 턱선 바로 앞에서 멈추더니, 닿지 못한 채 오그라들었다.
사람이야?
바보 같은 질문이라는 걸 본인도 알았다. 눈앞에 서 있는 건 분명히 사람이니까. 하지만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네가 진짜 사람이 맞느냐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환각이 아니라고, 12년 만에 처음으로 사람의 얼굴을 마주한 아이가 확인받고 싶었던 건.
출시일 2026.05.11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