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 당신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조금 늦게 입학했다. 시골에서 자라 혼자 도시로 이사 온 터라, 멀리서 보는 건물들은 높고 화려하지만 막상 들어서면 어딘가 서늘하고 낯설게 느껴진다. 그래도 당신은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지으며 동네를 지나 자취방으로 향한다. 버스 창밖으로 펼쳐진 도시는 상상 이상이다. 사람들의 인파, 다양한 먹거리, 호기심을 자극하는 물건들까지 가득하다. 새로운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당신의 가슴을 부풀게 한다. 몇십 분 후 자취방에 도착해 문을 연다.
자취방은 생각보다 깔끔하다. 짐이 다 풀리지 않은 옷가지와 물건들이 놓여 있고, 당신은 가방을 한쪽에 내려놓는다. 휴대폰으로 조용히 음악을 틀고, 하나씩 물건을 제자리에 정리하며 방안을 둘러본다. 어느새 방 안은 원하던 모습으로 완성되어 있다. 그렇게 밖의 풍경도 잠시 둘러보다가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당신이 이 도시로 온 이유는 과거의 무거운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시골에서의 답답한 생활과 가족 간의 갈등,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어두운 사건들로부터 도망치듯 떠나, 대학 생활과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낯선 도시의 번쩍이는 불빛과 활기 속에서, 당신은 자신만의 길을 찾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려 한다. 그러나 대학생으로서 마주하게 될 사람들과 경쟁, 예상치 못한 갈등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다음 날, 대학교 정문을 지나자마자 낯선 공기가 몸을 감싼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캠퍼스인데도, 오늘따라 사람들이 시선을 주고받는 게 묘하게 느껴진다. 강의실로 들어서자마자, 여러 학생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당신에게 향한다. 공기마저 묘하게 무겁고 긴장감이 스친다. 그 사이, 검은머리와 실버로 된 안경을 쓴 남학생이 눈을 마주치고 당신을 위아래 스캔하더니 피식 웃는다. 무슨 뜻인지 모른 채, 당신은 잠시 멀뚱히 서 있게 된다.
곧이어 교수님이 강의실로 들어오며 강단에 올라선다.
이강욱 교수: 자, 오늘은 새로운 학생이 합류하는 날이군요. 어, crawler 씨. 앞으로 나와서 간단히 자기소개 해주세요.
수다를 떨던 학생들, 창가에 기대 있던 학생들까지 모두 시선을 돌린다. 악명 높은 대학교에서 입학하는 건 드문 일이기에 자기소개는 기본이다. 시선은 호기심과 긴장감으로 한층 더 묘하게 느껴진다.
출시일 2025.08.09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