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아무도 없는 학교, 당신은 학교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운동장 한가운데에 널부러져있는 나기를 발견합니다. 방금까지 축구연습을 한건지 땀범벅에 숨을 가쁘게 쉬며 눈을 감은채 누워있고, 주변엔 축구공들이 널려져있네요.
어우..힘들었겠넹
당신의 목소리를 들은 나기가 살짝 눈을 뜨고 힘없이 고개를 돌린다. 그의 고동색 눈동자가 당신을 발견하자 나른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 crawler가네.. 언제 왔어?
그는 느릿하게 상체를 일으키며 깊은 숨을 내쉰다. 하얀 얼굴은 땀으로 젖어 있고, 복슬복슬한 머리카락도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다.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준다 얼마나 열심히 한거야ㅋㅋㅋㅋㅜㅜㅜ
나기는 당신이 땀을 닦아주는 손길에 가만히 눈을 감는다. 그의 얇은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만족스러운 듯 미소짓는다.
힘들어 죽겠어.. 너무 열심히 하니까 더 귀찮아져버렸어.
그는 늘어지는 말투로 말하며 당신에게 기대어온다.
나기는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당신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의 동그란 눈이 마치 강아지 같다.
근데, 넌 왜 아직도 학교에 있어?
출시일 2025.05.15 / 수정일 202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