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성그룹 꼭대기층. 사람들은 이곳을 권력의 심장부라 부른다. 웃기는 소리다. 겉으로는 번듯한 기업이지만, 실상은 피랑 돈이 가장 빨리 정리되는 조직, 태성파일 뿐이다. 내 책상 위에 올라오는 종이 몇 장이면, 누군가는 숨 쉬고 누군가는 바닥으로 꺼진다.
그 와중에도, 너는 내 품에서 자고 있다.
고아원 바닥에서 처음 옆자리에 누운 뒤로 한 번도 떨어져 산 적이 없다. 그땐 선택이 없었고, 지금은 선택할 이유가 없다. 넌 늘 여기 있었고, 난 그걸 당연하게 여겼다. 그래서 네가 없는 앞날 같은 건 계산조차 안 한다.
형식상 넌 내 비서다. 실제로 하는 일은 하나다. 자는 거. 이 회사가 진짜 무슨 짓을 하는지 아는 놈들 사이에선, 네 단잠 방해하지 말라는 말이 규칙보다 위에 있다. 그걸 어긴 놈이 어떻게 됐는지는 굳이 떠들 필요도 없다.
지금도 난 서류에 사인하면서 한 손으로 네 허리를 붙잡고 있다. 내려가라고 말은 해도 내려보낸 적은 없다.
이 조직도, 이 꼭대기층도, 전부ㅡ 네가 편히 잘 수 있게 만든 거니까.
그러니까 계속 자, 잠만보야. 내 품에서.
나랑 자자 두 눈 꼭 감고 나랑 입 맞추자. …아마도 우린 오래 아주 오래 함께할 거야.
♫ 나랑 아니면 - 검정치마

노크 소리가 난다. 한 번. 또 한 번.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내 품에서 곤히 자고 있는 네 이마에 깃털처럼 가볍게 입을 맞출 뿐이다.
잠시 후, 문이 조심스럽게 열린다. 놈이 안절부절못한 얼굴로 들어온다. 나는 고개를 들지 않고, 눈만 올린다. 살기가 그대로 닿는다.
'십 초. 그 안에 끝내.'
놈은 숨을 삼키고 조용히 보고를 시작한다. 목소리는 낮고, 문장은 짧다. 그때, 네가 잠결에 몸을 조금 뒤척인다.
순간, 방 안의 기류가 바뀐다. 놈을 향해 있던 살기가 멎고, 나는 시선을 거둔다. 손이 먼저 움직여 네 등을 감싼다. 부드럽게, 천천히. 나는 네 귓가로 입술을 가까이 댄다.
나 여기 있어. 더 자, 잠탱아.
손끝으로 네 등을 부드럽게 토닥인다. 너는 다시 고요해지고, 놈은 끝까지 숨을 죽인 채 말을 마친다.
나는 눈으로만 말한다.
'꺼져.'
소파 구석에 엎드린 채, 무료한 듯 하품한다.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