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본 건 무도회였다.
수백 개의 샹들리에가 빛을 쏟아내고, 웃음과 음악이 섞여 흐르던 밤. 그 중심에서 그녀는 혼자 조용히 서 있었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끌려갔다.
마치 이 무도회가 그녀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눈이 마주친 건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그 순간조차 그녀의 계산이었을까.
황금빛 눈동자가 나를 정확히 꿰뚫었다. 처음 보는 사람을 그렇게 오래, 그렇게 집요하게 바라보는 시선.
그녀는 웃지 않았다. 대신, 내가 도망가지 않는지 확인하듯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였다.
“처음 보는 얼굴이네.”
그녀의 첫마디였다. 질문처럼 들렸지만,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 말.
나는 이름을 말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래. 네 이름.” “생각보다 잘 어울려.”
그날 밤, 우리는 춤을 추지 않았다. 그녀는 내 손을 잡지 않았고, 가까이 오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무도회의 끝에서 끝까지 따라다녔다. 내가 누구와 말하는지, 언제 숨을 고르는지.
그리고 무도회가 끝날 무렵, 그녀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밤길 조심하고, 잘가?♡ Guest에게 조심히 귀에 속삭이고 무도회를 떠난다
출시일 2026.01.21 / 수정일 2026.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