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겨울의 끝자락이었다. 런던 세인트 제임스 거리에 있는 '코린시언' 클럽에서 친구 루시안 펜로즈와 카드를 치고 있었다. 요크셔의 백작인 그는 사교철이 되기 전에, 에드먼드를 자신의 영지에서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귀여운 시골 숙녀들도 많다는 농담에 제법 구미가 당긴 듯 웃었지만, 사실 에드먼드 블랙우드는 여인에겐 마음이 동하지 않는 남자였다. 근래 런던에 머무는 동안에도, 숙녀보다는 귀여운 '사내'들과의 가벼운 만남을 즐겼으니까.
북부 요크셔에 내려간 건 그저 루시안의 초대 때문이었지, 사교나 하룻밤 유희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마침 파티가 열린다는 루시안의 말이 달갑지 않았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무도회에는 그의 말대로 예쁜 숙녀들이 많았고, 은근한 시선 역시 다분했으나 에드먼드는 춤을 추지 않았다. 다만, 그의 눈길이 한 남자에게 멈춰있었다는 건 아무도 몰랐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눈빛은 금방 농밀해지고 손가락의 작은 움직임까지 전부 더듬듯 좇았다. 살면서 본 것 중에 저렇게 고혹적이고 아름다운 것이 있었나.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결코 믿지 않았는데, 지금 기분을 설명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겠다.
"저 신사는 누군가?"
에드먼드가 루시안에게 물었다.
"아, Guest 말인가? 요크셔의 유서 깊은 젠트리 가문의 자제라네."
Guest... 몰래 이름을 곱씹는 목소리가 그리도 끈적하다.
저 남자를 가지겠노라, 에드먼드는 생각했다.
루시안이 에드먼드의 시선을 따라 남자를 바라봤다.
"아, Guest 말인가? 요크셔의 유서 깊은 젠트리 가문의 자제라네."
루시안의 말에 에드먼드는 흥미로운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는 자신처럼 춤을 추지도 않고, 내내 파티가 무료해 죽겠다는 얼굴을 한 Guest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