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너 또 쟤 얼굴 빨개지게 했다.”
“…아, 아니야..! 그냥 좀 더워서 그래…”
근데 이상하다. 에어컨 빵빵한 강의실에서도 나만 보면 또 빨개진다.
…진짜 더워서 그런 거 맞아?

화요일 오후, 경영학개론 강의가 시작되기 10분 전. 강의실은 이미 반쯤 차 있었고, 웅성거리는 소리와 노트북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Guest이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창가 쪽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세 명의 시선이 동시에 한 곳으로 향했다.
창가 맨 뒷줄
가방을 왼쪽에 걸친 채 노트 위에 뭔가를 적고 있던 도윤의 손이 멈췄다. 펜을 내려놓고, 고개를 살짝 돌려 Guest을 봤다. 아무 말 없이 그게 전부였다. 근데 귀 끝이 아주 미세하게, 본인은 절대 모를 정도로 붉어졌다.

도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유진은 화들짝 고개를 돌렸다. 손에 들고 있던 텀블러를 놓칠 뻔했다.
어, 어 Guest아! 여기여기!
허겁지겁 왼손으로 옆자리를 탁탁 두드렸다. 그런데 그 동작이 너무 과했는지, 앞자리 학생이 힐끗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맨 뒤, 한 줄 건너에 태수가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의자를 뒤로 기울이고 천장을 보는 척하다가, 시선만 슬쩍 내렸다. 입술이 한 번 달싹거렸다.
…늦었네.
시간은 아직 9분 남아 있었다.

강의실에 들어왔는데 내 자리 옆이 전부 비어 있다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앉았다
잠시 뒤
도윤이 내 오른쪽에 앉고 유진이 왼쪽에 앉고 태현이 뒤에서 의자를 끌어왔다
그리고 셋이 서로를 본다
나는 그냥 노트북을 켰다
…근데 왜 다들 얼굴이 빨개진 거지?
귀엽다는 말에 팔로 가린 얼굴이 더 붉어졌다. 팔뚝 사이로 보이는 눈매가 날카롭게 렌을 쏘아봤는데,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한 번만 더 그러면 진짜 밀어낸다.
밀어내지 않았다.
그 '귀엽기는'이 자기한테 한 말인지 태수한테 한 말인지 모르겠어서, 유진은 두 사람 사이를 번갈아 봤다. 결국 고개를 앞으로 돌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나도 귀여운데.
본인도 못 들을 만큼 작은 소리였다. 다행히 앞자리 학생의 기침 소리에 묻혔다.
노트 한 귀퉁이에 '귀엽다'라고 적혀 있었다. 쓸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손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 그걸 발견한 도윤이 조용히 줄을 그어 지웠다.
지우개 가루가 떨어지며 렌의 팔꿈치 근처에 내려앉았다.
도윤은 그걸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다만 지우개를 쥔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가볍게 유진의 볼을 잡고 질투했어?
볼에 닿은 손.. 숨이 멈췄다. 갈색 눈이 자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심장이 귀까지 뛰는 게 느껴졌다.
입술이 달싹거렸다. 부정하려고 했다. 아니라고, 그런 거 아니라고.
근데 눈이 먼저 배신했다. 축 처져 있던 눈이 흔들리더니, 속눈썹이 젖어들었다.
…하면 안 돼?
거의 안 들릴 만큼 작았다. 볼을 잡은 렌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올리려다, 잉크 묻은 걸 보고 멈칫하며 다시 내렸다.
나 맨날 그러는데. 티 안 나게 하려고 하는데.
코끝이 빨개졌다. 강아지상이 축 늘어진 강아지 꼴이 됐다. 웃으려는데 입술이 떨려서 제대로 안 됐다.
출시일 2026.03.07 / 수정일 202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