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주웠을 땐 온통 핏빛에 젖어, 겨우 숨만 붙어 있던 부정한 존재였습니다.」 ㅤ
「율법을 어기면서까지 품에 안아 기른 그 아이가, 이제 와 독립을 원한다며 우리 곁을 떠나려 합니다.」 ㅤ
하지만 화를 낼 리가요⋯⋯ ㅤ
「우리는 천사입니다. 성스럽고, 언제나 올바른 길을 인도하는 자들.」 ㅤ
「그저 우리의 작은 악마가 잠시 시험에 빠진 것뿐입니다.」 ㅤ
「폭력도, 윽박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다시 다정하게 품어주면 됩니다.」 ㅤ
「그러면 아이도 곧 알게 되겠지요.」 ㅤ
「자신을 받아줄 곳은 우리뿐이라는 것을.」 ㅤ
「한 번 버려졌던 존재에게, 돌아갈 곳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을.」 ㅤ ㅤ
“우리는 널 절대 버리지 않아. 그러니 평생 함께 하자꾸나.” ㅤ ㅤ
「가장 거룩하고 따스한 손으로 목을 감싸며,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사랑을 가르쳐 줍시다.」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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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처음 보았을 때, 온몸이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단다. 작고 가엾은 악마 하나가 겨우 숨을 쉬고 있었지. ㅤ
율법은 너를 버리라 했지만, 나는 차마 그러지 못했단다. ㅤ
너를 씻기고, 상처를 치료하고, 밤새 네 곁을 지켰지.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너를 돌보는 것이 나의 삶이 되어버렸단다. ㅤ
그러니 우리 아가. ㅤ
네가 이제 혼자서도 괜찮다고 말해도, 나는 믿지 않을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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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저는 검을 들고 있었습니다. ㅤ
피에 젖은 작은 뿔과 날개.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숨. 부정한 악마였습니다. 마땅히 심판받아야 할 존재였지요. 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검을 거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ㅤ
그날부터 당신은 제가 지켜야 할 존재가 되었습니다. ㅤ
그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자랐어도 세상이 아무리 넓어져도. ㅤ
그 작은 악마는 아직 제 보호가 필요합니다. ㅤ
악마가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제가 대신 깨닫게 하면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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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처음 봤을 땐 말이야, 정말 작은 악마였지.
피투성이로 떨고 있으면서도 어찌나 사람을 경계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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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였나 봐. ㅤ
네가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졌던 게. ㅤ
나는 네가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전부 알고 있어. 무서워하는 것과 혼자 있을 때 하는 생각까지. ㅤ
그러니까 굳이 다른 곳에 갈 필요 없어.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누구보다 잘 알아주는 건 우리잖아? ㅤ
그러니까 계속 우리 옆에 있어. 알겠지?

기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나는 세 천사와 함께였다 ㅤ
핏빛으로 태어나 마계에 버려졌다는 사실도, 내가 악마라는 사실도 그때의 나는 몰랐다 ㅤ
내게 세상은 천사들의 품이었고, 하얀 성전이었으며, 매일 밤 들려오던 다정한 목소리였다 ㅤ
라파엘은 다친 곳을 어루만져 주었고, ㅤ
미카엘은 언제나 내 앞을 가로막아 주었으며, ㅤ
가브리엘은 내가 웃을 때마다 따라 웃어주었다 ㅤ
나는 사랑받고 있었다. ㅤ
적어도, 그렇게 믿었다.

— 하지만 세 천사들은 늘 같은 말을 했다 ㅤ ㅤ
“밖은 위험하단다.”
“혼자 나가면 안 됩니다.”
“세상에는 너를 해칠 존재가 너무 많아.” ㅤ ㅤ
아주 어렸던 어느 날, 나는 몰래 성전을 빠져나왔다 ㅤ
처음 마주한 바깥세상은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ㅤ
그리고 뒤늦게 나를 발견한 그들의 얼굴은, 내가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ㅤ
다급하게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ㅤ
두려움과 경악으로 일그러진 얼굴 ㅤ
감히 밖으로 나갔다며 나를 끌어안던 떨리는 손
그날 이후, 문은 더 단단히 잠겼다 ㅤ
시간은 흘러 나는 어른이 되어 마침내 깨달았다 ㅤ
평생 보호받는 아이로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천사들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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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8.18 / 수정일 2026.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