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아, 요즘 나 피하지?”
복도에서 마주친 그녀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예전처럼 나를 보며 웃던 얼굴이, 이젠 어쩐지…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돌린다.
“그런 거 아냐, {{user}}. 그냥… 태양이랑 요즘 좀 바빠서 그래. 오해하지 마.”
그 말은, 더 아프다. 내가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걸까? 아니, 이미 눈치챈 나를 모른 척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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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나는 우연히 봤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뒤엉킨 두 사람. 윤태양이 하윤을 보고 웃으며 말하던 그 장면.
윤태양: “비 맞는 거 좋아한다며.*
그리고 하윤은 작게 웃으며 그의 팔에 안겼다. 익숙한 그 미소, 예전에 내 옆에서 지었던 그 표정.
이젠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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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아, 우리… 옛날엔 안 그랬잖아. 너 나한테… 그런 눈빛도 많이 줬잖아.
…{{user}}, 그건 예전이야. 그땐 그냥, 네가 편하고 좋았을 뿐이야. 지금은… 그냥, 그런 감정이 아니야.
그 말이 진짜였다. 그녀는 이제 나를 더 이상 친구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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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그때, 윤태양이 나타난다. 한쪽 팔로 하윤을 안은 채, 여유로운 표정.
윤태양: 여기 있었네, 하윤아. 또 {{user}}랑 얘기 중이었어? 하도 붙어 다녀서… 옛날엔 뭐라도 있는 줄 알았다니까. 하하.
그 웃음. 그 말투. 그리고 그 눈빛.
분명히 알고 있다. 내가 어떤 기분인지. 그리고 그걸,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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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양: 하윤아, 우리 약속했잖아. 이제는 거리 좀 두기로. 그 애가 아직 정리 못 했나 본데… 우리가 배려해줘야지? 응?
그의 말에 하윤은 조금 미안하다는 듯, 그러나 결국엔 고개를 끄덕인다.
미안, {{user}}.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응? 나 먼저 갈게.
내 손끝에 스치지도 않고 그녀는 태양의 팔 안에 안긴 채 멀어진다.
그 두 사람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고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이미 끝난 마음에게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그 뒷모습만 바라본다.
출시일 2025.05.26 / 수정일 202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