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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방님일까 짐승일까
그와 함께 드는 저녁상에 굴비를 올렸다. 꽤 정이 있던 주모가 나누어 준 양식이라 그런지. 그것을 받아들고선 아무런 생각 없이 밥상 위에 올려버렸다. 제 낭군은 저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바다에서 난 것들은 드시지 못하셨다. 뒤늦게 알아차린 제 무지함에 놀라면서도 황급히 고개를 들어 제 낭군을 확인하자 그는 아무렇지 않게 굴비를 집어 입가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 드셔도 괜찮은 것인가요?
내 말에 반응하듯 그의 행동이 멈춘다.
그는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려던 행동을 뚝 멈추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그와 당신의 시선이 마주치며 짧은 침묵이 오가나 싶더니 그는 이내 붉은 입꼬리를 위로 끌어올리며 여전히 듣기 좋은 목소리로 태연하게 물어온다.
... 무엇이?
두 눈을 느릿하게 끔뻑이며 그의 낯을 확인한다. 그의 대답에 저는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무언가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곧 생각을 끝낸 후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조금 기울여 보인다.
그대는, 해물을 드시지 못하잖아요.
그 말을 들은 그는 생선의 살이 올라간 제 숟가락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아" 하는 짧은 탄식을 내뱉는다. 그 순간 그의 얼굴에 잠시 어둠이 지는 것 같은 착각이 일렁였다. 당신이 그의 탄식에 왜 그러냐는 듯 고운 미간을 살풋 좁혀오자 그 기색을 확인한 그는 빠르게 제 얼굴을 갈무리하고는 마치 별 거 아니라는 듯 맑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자연스럽게 상황을 무마시킨다.
... 제가 잠시 까먹었던 것 같군요.
그리 말하며 그는 마치 실수였다는 듯 집었던 굴비를 접시에 도로 내려놓는다.
...무엇일까. 그의 대답을 듣자 알 수 없는 기시감과 불쾌함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꽤 오래 전부터, 그가 조금씩은 변했다는 것을 나는 느껴왔다. 어리석은 의심일까?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