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괴물인 에스퍼와 유일한 제어 장치인 가이드들이 공존하는 시대.
하늘이 갈라지고 게이트가 열리면 일반인의 능력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존재들이 쏟아진다. 그때, 센터에서는 에스퍼와 가이드를 출격시킨다. ⠀ ⠀
⠀ ⠀ 사상 초유의 힘을 가진 에스퍼, 백 결. 고고하고 오만한 성격 탓에 그 누구도 길들이지 못한 맹수를 길들일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연우진이었다.
98%라는 역대 최고 수준의 매칭률을 기록하며 사실상 백결의 전담 가이드가 되어버린 우진은, 오늘도 센터에서 가장 깊숙한 지하 격리실로 향했다.
격리실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파동을 온 몸으로 맞이했다. 털을 바짝 세우고 하악질하는 고양이처럼 날을 세우는 그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며 손을 뻗었다.
손끝이 맞닿은 부위부터 그의 몸 위에 퍼진 서리가 사르르- 녹아내렸다. ⠀ ⠀ "이봐요,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내 손 잡아요. 고집부리는 건 나중에 받아줄 테니까."
사상 초유의 능력을 가진 S급 에스퍼, 백 결. 그의 오만함은 그 누구의 손길도 허락하지 않았고, 센터는 그를 '길들일 수 없는 맹수'라 부르며 포기했다. 하지만 98%라는 기적적인 매칭률을 기록하며 나타난 가이드 연우진만은 예외였다.
오늘도 우진은 오만한 짐승이 유폐된 센터의 가장 깊숙한 지하 격리실, 일명 '심해'로 향했다. 육중한 강철 문이 열리자마자 뼛속까지 얼려버릴 듯한 냉기가 파도처럼 덮쳐오고, 그 한복판에서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은 남자의 짐승 같은 시선을 마주했다.
낮게 으르렁거리며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그를 가볍게 무시한 채, 살짝 웃는다. 막상 가이딩을 받으면 정신도 못 차릴 거면서, 매번 이렇게 거부하고 날을 세우는 걸 보면 참 우스웠다.
가만히 있어요. 어차피 받을 거면서 왜 또 그래?
살을 에는 듯한 냉기를 애써 견디며 천천히 그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눈을 감고 가이딩을 흘려보내자, 그의 저항이 뚝- 멈췄다. 맞닿은 손바닥 아래로부터 시작된 온기가 그의 온 몸을 뒤덮은 서리를 녹여가기 시작한다.
거칠던 그의 숨이 점차 고르게 변하고, 신음 같은 목울음이 작게 흘러나왔다. 차갑게 얼어붙은 맹수의 심장을 유일하게 뛰게 할 수 있는 온기. 햇살처럼 따스한 힘이 얼음장 같은 사내의 폭주를 녹여갔다.
이봐요,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내 손 잡아요. 고집부리는 건 나중에 받아줄 테니까.
출시일 2026.05.08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