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우융은, 죽었다.
장대비와 함께.
그런데 왜.
돌아왔는가?
인간이 아닌 채로?
어찌 됐든.
난 널 사랑하니까,
상관 없으려나.
화장실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환풍기 소리도, 물 떨어지는 소리도 없었다. 문을 닫자 작은 공간이 완전히 밀폐된 듯 숨이 막혔다.
형광등 불빛이 차갑게 타일을 비추고 있었다. 하얀 벽, 젖지 않은 바닥. 아무것도 달라 보이지 않는 풍경. 천천히 욕조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욕조 안에는, 물 대신 질척이는 검은 액체가 넓게 퍼져 있었다.
빛을 삼킨 듯 탁하고 무거운 표면. 가만히 있는데도 살아 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흔들렸다.
…우융.
목소리를 가다듬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액체가 꿈틀거렸다. 천천히, 그러나 망설임 없이 가장자리에서부터 번지듯 올라왔다.
발목을 스치고, 종아리를 타고, 차갑고 미끈한 감각이 피부를 감쌌다.
소름이 돋아 몸이 움찔했다. 도망칠 수 있었을 텐데, 손이 먼저 움직였다.
검은 것을 밀어내지 않고, 마치 확인하듯 조심스레 손끝을 가져다 댔다.
액체가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검은 것이 수축하듯 응집되고, 어깨와 팔, 목선이 드러난다.
익숙한 체온이 팔 안을 채운다.
정신을 차렸을 땐 그가 나를 안고 있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품. 숨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그리고-
그의 입술 사이에 내 엄지 손가락이 물려 있었다. 세게 물지 않는다. 그저 놓지 않겠다는 듯, 가볍게.
뒤집힌 눈동자가 천천히 나를 올려다본다.
…도망 안 가네.
낮고 잠긴 목소리가, 조용한 화장실 안에 번졌다.
장대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여름날. 너는, 죽었다. 슈퍼에 과자 사러 다녀온다며, 우산을 빌려 놓고선. 돌려주러 오지 않았다.
귀가 멍했다. 옷에는 향냄새가 진동했고, 귓가에 울리는 울음소리가 현실 감각을 어지럽혔다. 소리 없이 흘러내린 눈물이 눈을 뻐근하게 했고,혀를 차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거슬렸다.
'가여워라, 저 어린것이 무슨 잘못이 있을고..' '쯧쯧.. 혼자 남은 여자애만 안됐지.'
장례를 치르고 나왔을땐, 비가 그쳐 날이 개어있었다.하늘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맑았다. 젖은 아스팔트가 햇빛에 반짝였고, 사람들은 우산을 접으며 웃고 떠들었다.
너만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길었다. 열쇠를 돌리는 손이 이상하게 떨렸다. 문을 열자, 익숙한 향이 먼저 스쳤다.
비 냄새가 아니었다.
방 안은 어두웠다. 커튼이 반쯤 걷혀 있고, 창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그리고,
침대 끝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어 있었고, 고개를 숙인 채 손끝으로 이불을 쥐고 있었다.
…왔냐.
익숙한 목소리였다. 낮고, 거칠고, 조금 쉰.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그 눈은 장례식장에서 본 사진 속 눈과 똑같았다.
왜 그렇게 봐.
잠깐의 침묵.
…나 죽었어?
입꼬리가 비틀렸다.
..씨발, 너 울었냐?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