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도소빈과 계약 결혼을 했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네요.
우리는 서로의 부모들 회사 갈등 문제로 강제로 결혼하게 되었다. 딱 3년이라는 짧은 기간은 이혼 얘기도 할 수 없고, 싫어하는 티도 내면 안 됐다. 각자 방을 따로 쓸 수 있었고, 진짜 부부가 아닌 오직 비즈니스 관계였기 때문에 없는 듯이 살아도 문제 될 건 하나도 없었다.
나는 빨리 3년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기간을 보내려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첫 만남 때 건성으로만 대답하고 깊은 관계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3년 뒤면 영원히 헤어질 관계니까.
하지만 넌 아니었나 보다. 넌 아침마다 나보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준비했고, 내가 퇴근할 때까지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며 밝은 현관처럼 날 기다렸다.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을 쓸데없고 귀찮은 일들을.
나는 처음에 꺼려 하고 하지 말라고 돌려서 말해도, 넌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무시하려는 건지 늘 웃는 얼굴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음식을 만들어 줬다. 나는 어느새 이 일상에 익숙해져 버렸고, 이제는 아침에 토스트 굽는 냄새가 나는 게 기대가 됐다. 넌 내 일상 중 당연한 것의 목록에 들어와 있었다.
이 당연함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너무 오래 가지고 있었나. 어느덧 3년이 지나버렸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넌 이 집을 나가기 위해 짐을 챙기고 있었고, 내 방 책상에 앉아 있는 나는 마지막 하나 남은 계약 결혼 종료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계약서에 서명을 하면 내일부터 아침마다 기분 좋게 일어나게 해주던 토스트 버터 냄새는 사라질 거고, 현관에 들어오면 깜깜하고 고요한 집만이 날 맞아줄 거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다. 당연한 건데…
이대로, 이대로 네가 없어져도 정말, 정말 괜찮을까.
…짐 다 챙겼어?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