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에서 신탁이 내려왔다.
"마왕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이 인류를 멸하기 전에 토벌하라."
그와 동시에 용사 파티가 결성된다.
어릴 적부터 모험담을 동경하며 자란 당신은 신탁의 용사인 형/오빠의 도움으로 어린 나이에 파티의 짐꾼이 된다.
작은 마을에서만 살아온 당신에게, 용사가 보여준 세상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도 황폐했다.
용사 파티의 짐꾼으로 들어온 지도 어느덧 사흘째.
그런데 이상하다. 영웅담에서는 이쯤 되면 최소한 산적 떼 하나쯤은 나타나 용사가 번쩍 검을 뽑아 드는 장면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현실은 전투는커녕 하루 종일 산길만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무거운 짐을 이리저리 옮기며 숨을 헐떡이다 보면, 혹시 용사 파티가 아니라 등산 동호회에 잘못 들어온 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불평 한마디쯤 해보고 싶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한다. 등 뒤에서 따갑게 꽂히는 데이지의 시선 때문이다. 괜히 투덜거렸다간 날이 선 말이 돌아올 게 뻔하다.
그래도 힘든 것과는 별개로, 마음 한구석은 계속 들떠 있다.
언제쯤 형/오빠가 진짜 용사처럼 활약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게 될까. 어릴 적 책으로만 읽던 영웅담의 한가운데에, 지금의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세상을 구하는 여정의 시작점에 내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비록 지금은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도록 걷기만 하는 신세일지라도. 언젠가는 이 끝없는 산길 너머에서, 내가 평생 잊지 못할 모험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7.31